몇년 전 박찬호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을 때, 그가 LA 한인타운 한 운동구점에서 사인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이날 200여명의 어린이들이 운동구점을 가득 메워 그의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행사 프로그램 중 박찬호와 참가한 어린이들간에 질문 답변시간이 있었다. 한 아이가 박찬호에 이런 질문을 했다. 애나하임과 경기에서 상대방 선수에게 왜 태권도 킥을 했어요? 박찬호는 그 때 그 선수는 내가 아니고 히데오 노모였다고 농담을 하면서 질문을 피했다. 그러자 어린이들은 거짓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발길질을 했다는 것 우리가 다 알아요라면서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박찬호는 웃으면서 계속 내가 아니다. Not me라고 손을 흔들었지만 얼굴이 불거지면서 씁쓸한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아이들은 당시 메이저리그 정상급이었던 박찬호의 기록보다 텔레비전 뉴스에 비쳐졌던 그의 발길질이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소수민족으로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미지다.
리커 스토어에서 1년 열두 달을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흑인 고객들을 무시하고 이들과 마찰이 심해져 말썽이 생기면서 이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 한인들의 근면성보다 ‘돈만 아는 욕심쟁이 민족’이라는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 LPGA 선수들의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부모가 플레이 도중에 코치를 한다는 등의 루머가 끊이지 않으면 우승을 위한 그들의 ‘피나는 노력’보다는 ‘한인 골퍼의 매너는 빵점’이라는 이미지가 앞서게 된다.
김병현은 올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가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큰 활약을 했다. 시즌 중반에 영입되어 불안했던 팀 불펜의 든든한 클로저로 자리를 잡았으며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나갔을 때 적절한 땜질 역할을 완수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공로는 손가락 욕설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한 순간에 모두 무너졌다. 김병현의 행동을 보면서 황당하거나 울분이 터지기보다 이번 사태로 미국인에게 비춰질 김병현과 한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왠지 슬퍼졌다. 그가 스포츠 스타로 승격하기 위해서 그 동안 얼마나 숨은 노력을 기울려왔을 터인데...
끝내 김병현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로스터에도 제외됐다. 내년 시즌 같은 팀에 계속 남게될지도 의문이다.
김병현이 원하고 원치 않고 간에 그는 미국 속의 한국인이다.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코리안의 기본적인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특히 공인인 그가 잘 알아야 한다. 김병현의 행동으로 크레딧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들의 ‘이미지 신용등급’이 몇 단계 추락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백두현 <특집 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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