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깻죽지가 뻣뻣하고 신경 끝에 날이 선다. 어느덧 전화통에 불이 나는 대입시즌이 또 다시 닥쳤는가 보다.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12학년 아들을 뒀다는 한 독자-.
10학년 때 세 과목에서 D학점을 받은 아들이 지난해 마음 잡고 대학에 가겠다 하기에 칼리지카운슬러의 지시대로 저녁마다 어덜트 스쿨에서 이 악물고 열심히 메이컵하고 있는데, 원서작성을 코앞에 둔 지난 주, ‘그 수업은 고교졸업을 위한 것일 뿐, 4년제 대학 진학 조건으로는 부족하다. 진작 4년제 대학이 목표라고 했어야지, 지금으로선 C학점 이상 메이컵해서 2년제 대학에 가는 방법 뿐’이라는 카운슬러의 황당한 진학 지도에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그는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느냐, 4년제 대학에 안 가려면 메이컵을 왜 하겠느냐, 카운슬러의 오도로 생긴 일이니 아무리 학교 정규수업이 만석이고 또 학기 중간이라도 특별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자의 동의를 강권하듯 구한다.
’고교 학부모들은 매년 교사 면담에 참석해 반드시 칼리지 카운슬러에게 자녀의 대학진학 목표를 정확히 알리고 구체적으로 의논하라’는 것은 학부모-교사 면담에 대한 안내기사의 골자다.
교육구와 학교에서 재차 강조하는 만큼 가을학기마다 지겹도록 보도되는 교육기사의 단골메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학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아예 초·중학교 관련 기사를 제쳐놓다시피 하면서 접수방법, 캠퍼스별 시행제도, 주의사항, 지난해 지원사례 등 본격적인 지원서 접수 요령 등이 거의 매주 나가고 있다.
하지만 찬 기운 도는 이맘때면 마치 일년치 기사내용을 총 정리하듯 학부모들의 전화와 이메일 문의가 쏟아진다. 발신인의 대부분은 이미 지원에 들어간 12학년 학부모로 내용 가운데 지금으로선 절대시간 부족으로 해결책이 없고 결국 진학 계획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안타깝다.
교육구에선 대입준비 시작을 8학년부터 권장하고 있다. 12학년 10월이면 그동안 준비한 모든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면서 원서작성에 공들여야 할 때다.
또 다시 돌아온 대입 시즌. 그와 함께 찾아온 어깨 근육통과 날카롭게 뻗친 신경질. 교육기자가 겪는 이 ‘대입시즌 신드롬’은 매해 이맘때면 벼락치기 12학년 학부모들이 어김없이 건네주는 고맙지 않은 선물이다.
김상경<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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