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 뒤편 산 위로 불길이 솟아올랐습니다. 불이 바로 집 건너편까지 후끈한 열기를 내뿜으며 내려오는데...
28일 오후 3시 스티븐슨 랜치의 선셋포인트 지역. 방금 전 집이 화마에 휩싸일 뻔했던 김성태(57)씨는 다급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불길을 보며 집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부인 정희씨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계속된 산불 연기로 인한 두통과 눈 따가움을 호소했다.
전날 저녁 스티븐슨 랜치의 신흥주택지구인 피코캐년 단지의 서던 옥스길을 따라 주민들을 위협하던 산불은 바람이 잦아들면서 잠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가 변덕스런 바람을 따라 다시 5번 프리웨이와 스티븐슨 랜치 남부일대에 붉은 손길을 휘둘렀다.
이날 오후 바뀐 바람을 따라 남진했던 산불이 북상하면서 5번 프리웨이 산타클라리타 구간을 위협하고 있는 사이, 불길이 지나간 피코캐년 단지의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밤새 무사했음에 안도하며 인사를 교환했다. 전날 친척집에서 밤을 지샌 서던옥스 길의 한인 심정희씨도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안도는 잠시였다. 선셋포인트의 세이지크레스트를 넘어온 산불이 다시 피코캐년 단지의 동쪽으로 급격히 다가왔다.
LA카운티 소방국 124소방서의 데릴 골렛 캡틴이 기자들에게 산불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사이 갑작스런 바람과 함께 화염이 무서운 속도로 주택단지로 돌진해 왔다. 이 순간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자 짙은 연기가 솟아오르며 불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버뱅크에 있는 직장에도 결근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한인 태미 이(33)씨는 하늘이 다시 부옇게 변하자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북쪽을 향해 마지막까지 맹위를 떨치던 산불은 피코캐년 로드를 만나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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