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4일 코로나에 위치한 한인봉사센터(KCS) 경로회관에서는 서툴기는 하지만 귀에 익은 가곡 합창이 울려 퍼졌다. 현제명 작곡, 이은상 작시로 잘 알려진 가곡 ‘그 집 앞’이다.
장명희(71)씨의 지도 아래 50여명 한인 노인들이 서투른 음정과 박자로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불렀고 깊은 감회에 젖어 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지난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경로회관의 ‘가곡의 시간’은 어느덧 이 곳의 인기 프로그램의 하나가 됐다. 한국서 만 3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장명희씨의 익숙한 지도도 한몫 했지만 워낙 친숙한 노래를 오랜만에 직접 불러보기 때문이다.
특히 외로운 이민 생활 속에서 한국과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가곡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그 집 앞’외에도 ‘얼굴’, ‘비목’, ‘동심초’ 등 10여곡의 가곡을 장씨의 지휘 아래 한시간 동안 열심히 따라 불렀다.
장씨는 54년부터 85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60년대 후반 교사합창단에 참가하기도 했고 시온성 성가단에서 메조 소프라노로 활동했다.
85년 초청 이민으로 뉴욕에 와서 그 동안 한민자선교회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교사 경험을 살려 노인들에게 가곡을 가르치게 된 것. 그동안 경로회관에서 영어나 다른 취미 활동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가곡
반은 처음이라며 노인 분들이라 가곡을 배운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모두들 좋아하시고 열심이다고 말했다.
소강석 관장도 노인들이 가곡을 배우는데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며 가곡을 배우면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곡을 부르면서 예전의 향수를 떠올려 메마를 수 있는 감수성을 되살리는 데 좋다고 말했다.
<장래준 기자>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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