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금녀, 금남의 폐쇄적인 직종으로 꼽히는 분야가 있었다. 간호사도 그 중 하나.
21년을 간호사로 근무한 임상혁(47)씨는 그래서 새로우면서도 평범한 ‘남자 간호사’다. LA카운티 병원인 USC 메디컬센터 중환자실에서 16년간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을 만나온 그에게 남녀 구분은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환자가 호전되기 시작하면 여유가 생긴 가족들이 남자 간호사인 나를 보곤 잠시 놀라워한다는 게 임씨가 대했던 한인들의 반응이다.
임씨에게 간호사의 길은 한국에서 시작됐다. 4년제 간호학과가 최초로 개설된 삼육대학을 2기로 졸업한 임씨는 1981년 25세의 나이로 가족들과 함께 도미했다. 양로병원과 정신병원 등지에서도 몇 년간 일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카운티병원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보험이 없더라도 일단 치료를 하는 정부병원의 특성상 각종 사건, 사고로 실려오는 한인들도 많이 지나쳐 갔다.
임씨는 3~4년전만 해도 한달에 적어도 1명이 사건, 사고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며 다행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피코리베라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 유학생이 의식불명상태가 됐고, 한국에서 날아온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딸의 생명연장장치를 떼도록 동의했던 순간은 임씨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임씨가 요즘 들어 부쩍 정성을 들이는 부분은 영어와 병원행정에 익숙하지 못해 서류작성과 병원비 납부 등에 애를 먹는 한인들을 돕는 일. 간호사로서 환자를 돌보는 일 못지 않게 같은 한인으로서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는 100여명에 달하는 한인 간호사들도 동의하고 있어 이를 위한 네트웍 결성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지 얼마 안돼 스튜디오 시티의 양로원에서 함께 일한 켈리 김씨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임씨는 무보험자, 불법체류자라도 카운티 병원을 찾으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한인 간호사들이 성심껏 도와주려 하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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