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이라크 전장에 나가 있는 미군 장병들에게 위문품과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미 육군 소속 군목들이 중심이 돼 편지나 카드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와 트리 장식 등을 보내 장기 주둔으로 지친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우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번 캠페인에 한인들의 호응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편지나 카드를 써서 작으나마 정성이 담긴 위문품과 함께 보내겠다는 한인들의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얼룩무늬 위장 전투복과 단정한 제복을 각각 차려 입은 미 육군 소속 현역 군인들이 LA 한인타운 인근 윌셔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라크 파병 장병에게 위문편지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는 이 학교 어린이들을 만나 직접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100여명이 가득히 모여 앉은 강당에서 아이들에게 한 말씀씩 해달라는 교장 선생님의 요청에 이라크에 6개월간 파병됐다 돌아왔다는 프로농구 선수를 연상케 하는 키 큰 병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라크에 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어요. 텍사스에 사는 한 어린 초등학생에게서 받은 건데 읽으면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죠. ‘꼭 답장을 보내셔야 해요. 2개월 내로 답장이 없으면 아저씨가 죽은 줄 알게요’ 이렇게 썼더라구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병사의 입을 응시하고 있던 어린이들 사이에서 일제히 까르르 폭소가 터졌다. 병사의 말이 이어진다. 실제로 전쟁 상황에 처해 있는 군인들이 웃을 수 있는 기회라곤 여러분들처럼 어린 학생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을 때밖에 없어요.
한국에서는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미국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미군 병사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면서 전쟁 수행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미군 병사들이 그곳에 가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위문편지나 위문품을 보내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장의 극한 상황에서 매일매일 목숨을 걸고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어린이들이 보내는 편지 한 장, 캔디 하나가 큰 기쁨과 위안이 된다는 사실은 개개인이 이번 전쟁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떠나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녀와 마주 앉아 전쟁터의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생각을 서로 이야기해보고 군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편지나 카드로 써서 보내는 것은 교육적인 면에서도 효과가 클 거라는 생각이다.
김종하<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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