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땡스기빙 세일이 시작된 28일 새벽 4시. UCLA 대학원 아파트에 사는 한인 유학생의 아내들은 조를 짜서 아울렛으로 원정 샤핑을 떠났다. 남편들은 (물론) 가지 않았다.
영국의 샤핑심리학자 팀 데니슨 박사에 따르면, 남자가 샤핑을 즐기는 시간은 평균 72분인 반면 여자는 이보다 28분 더 길다. 그의 연구팀이 영국의 대형 샤핑센터를 찾은 남녀 샤핑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자는 평균 72분이 지나면 인내심을 잃고 동행한 여성과 다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데니슨 박사는 이런 현상의 유래를 동굴 인류시대의 남녀 역할분담에서 찾았다. 주로 사냥을 맡았던 남성들은 사냥꾼처럼 원하는 상품의 이미지를 분명히 갖고 샤핑에 나서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반면, 채소를 가꾸고 골랐던 여성들은 수집가처럼 어슬렁거리며 샤핑을 즐긴다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 중심가의 한 식당은 최근 여자친구나 아내가 샤핑할 동안 남자가 쉴 수 있는 휴게소(별칭 ‘탁남소’)를 개설했다. 이 휴게소는 맥주와 식사는 물론 컴퓨터 게임, 축구 경기 녹화 테잎 등 남성들이 좋아하는 놀거리를 갖추었다고 한다. ‘구매자의 동행인’을 배려한 식당 측 발상전환이 신선하다.
한인타운과 가까운 ‘더 그로브’ 샤핑몰은 야외 광장에 대형 분수대와 벤치들을 만들고 각종 공연과 분수 쇼 등 볼거리를 제공, 가족단위의 샤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베벌리 센터’는 층마다 널찍하고 편안한 소파 공간을 설치해 샤핑이 고역인 남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글렌데일 갤러리아’는 최근 시카고의 유명 스파 체인업소를 유치하고, 어린이를 위한 레고 스토어를 개설했다. ‘온 가족 데리고 오세요’(Bring The Whole Family)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IKEA’는 베이비 푸드와 키즈밀, 놀이공간 등을 제공하고 12살 이하의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손님들을 위한 패밀리 스페셜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최근 타운의 한 샤핑센터에서 만난 30대 한인은 아내가 샤핑하는 동안 아이 셋을 돌봐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며 큰 아이는 손잡고, 작은 아이는 안고, 갓난아이는 유모차에 태운 채 분수대 주변을 맴맴 돌고 있었다.
본격 연말 샤핑 시즌이 개막됐다. 애인과 가족을 위한 ‘탁남소’의 발상전환을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
김수현<특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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