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홈 파티를 위한 팁을 정리하면서 ‘출처를 모르는 미심쩍은 와인이나 술을 선물하는 건 실례’라는 사항을 써놓고 한참을 웃었다.
처음엔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내 옛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새해가 되면 학점을 잘 받아 보겠다는 불손한 의도에서 아버지 몰래 진열장에서 꺼낸 양주 한병을 들고 교수실을 찾던일, 처음 만난 친구의 초대를 받고 빈손으로 가기 머쓱해 집에 있는 와인을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 갔던 일 등 생각해보니 부지기수였다. 이런 선물들은 성의가 담겼다기보다는 내심 무언가를 바라거나 알량한 속내가 드러나 있다.
누구나 원하는 선물은 과연 무얼까. 연말 시즌이 되면 가장 자주 접하는 질문이 ‘위시 리스트(Wishlist)’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인의 기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단어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위시 리스트를 물어오면 당황해하며 ‘아무거나’를 답했는데 몇 년 전푸터는 ‘기프트 카드’를 들먹인다. 나 역시도 연말샤핑 대란에 선물 고르느라 진땀을 빼지 않고 기프트 카드를 잔뜩 구입해 나눠주곤 했다.
매년 최고의 선물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해온 기프트 카드는 선물 고르기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선물이다. 그러나 ‘기프트 카드’는 포장을 뜯기 전 부푸는 기대감이 없고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이 선물 상자에서 나왔을 때 느껴지는 기쁨도 없어 가족이나 친지에게 선물하기는 왠지 사랑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 유아들을 대상으로 산타할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은 소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33%가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로 ‘동생’을 꼽았다고 한다.
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부모에게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조사한 결과, 저학년의 경우 ‘애완동물’이, 고학년은 ‘컴퓨터’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현대 어린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결과로 외로움을 달래줄 만한 선물을 기대하는 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과 연인, 친구간의 사랑 10가지를 실타래 풀 듯한 영화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를 보면 모두가 원하는 선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기프트 카드 행진에서 벗어나 다시 크리스마스 샤핑 대열에 합세해볼 생각이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크리스마스 선물’에 등장하는 머리빗과 시계줄 만큼 깊이 있는 선물은 아니더라도 얼마 안 되는 발품을 팔아보리라.
특집2부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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