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중순이면 LA 한인타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흰코끼리’ 교환 모임이 열린다. ‘흰코끼리’란 소유주에게는 처치 곤란이지만 다른 사람은 잘 쓸 만한 물건.
교사들은 해마다 학생들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받는데, 그중 상당수가 필요 없는 물건이어서 생겨난 행사이다.
학부모들에게 교사 선물은 사실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 취향을 알기 때문에 선물 고르기가 어렵지 않지만 ‘선생님 선물’은 별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무난하다’ 싶은 것을 아이 손에 들려 보내는 데, 이런 아이들이 한 반에도 여럿이다 보니 교사들의 벽장 안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긴 이 학교의 ‘흰코끼리’ 교환모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물건들을 한인 학부모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 교사의 귀뜸.
“별로 예쁘지 않은 커피 머그 세트, 모조 고려청자, 한국인형들이 돌고 돌아요. 한동안은 뻐꾸기 시계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몰라요”
한인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부모들이 별 생각 없이 선물을 보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선물들은 ‘흰코끼리’는 될 망정 교사들을 당황하게 하지는 않는다. 한 한인 교사의 말이다.
“동료 교사가 놀라서 제게 달려왔어요. 한인 학부모가 손목시계를 선물했다며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교사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선물은 고가의 고급 브랜드 제품이나 돈봉투. 한인들은 돈을 얼마나 썼느냐를 성의의 척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인 교사들은 얼마나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보였느냐를 성의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
LA 3가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한인 학부모로부터 받은 야채만두를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로 꼽는다.
“내가 채식주의자인 걸 알고 한인 학생 엄마가 올리브 기름으로 튀겨 냉동시킨 야채만두를 선물했어요. 작년 겨울방학 3주내내 맛있게 먹었어요”
때로는 선물에 대한 문화적 차이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각종 선물세트에 익숙했던 한 학부모는 별 생각 없이 교사에게 치약·샴프·타월 세트를 보냈다.
누구나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교사의 반응이 이상했다. 알고 보니 교사는 “평소 내게서 냄새가 나서 이런 선물을 한 게 아닌가” 오해를 한 것이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 선물이다. 아이의 교사에게 보내는 선물, 올해는 돈보다 정성을 담아야 하겠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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