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혐의로 수감 중이던 홍기철씨가 구치소 내 폭력으로 사망한 다운타운 남자 구치소(Men’s Central Jail)를 방문했다.
구치소 부소장의 안내로 구치소 내부를 둘러보면서 영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음산한 감옥 분위기를 직접 체험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이 모여있는 감방들은 여러모로 으스스했다.
관광객처럼 호기심을 갖고 구치소 내 풍경을 열심히 수첩에 담는 기자를 쇠창살을 붙잡고 서서 번뜩이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죄수들. ‘저들과 단 한시간이라도 한 방에서 지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문득 홍씨의 죽음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구치소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는 부소장에게 ‘아시안 죄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더니 그는 ‘다른 인종이 수감된 감방은 보여줄 수 있어도 아시안 감방은 안 된다’고 거절했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으나 ‘구치소 방침이 그러하니 이해해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에게 홍씨 사건을 예로 들며 수감자들의 안전을 위해 구치소측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해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간수들이 24시간 돌아가며 수감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교도관이 보는 앞에서도 살인사건은 벌어진다, 수감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등으로 그의 말에서 기대했던 수감자들의 안녕을 위한 ‘성의’는 느끼기 힘들었다.
홍씨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도 채 안된 지난 7일 같은 구치소에서 백인 수감자가 다른 죄수들에게 몰매를 맞고 사망했다. 이틀 뒤인 9일에도 다운타운에 있는 또 다른 구치소에서 히스패닉 수감자가 린치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범죄자들이 모인 곳이라지만 그들도 인간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수감자가 구치소 안에서 범죄의 희생자가 될 경우 그 책임은 죄수들을 관리하는 구치소가 질 수밖에 없다.
철통보안이 이뤄져야 할 구치소에서 수감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의 제물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지 묻고 싶다.
살인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도 어물쩍 넘어갈 궁리만 할게 아니라 수감자들의 안전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구성훈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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