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년부터 1816년 사이 영국 주요 도시들은 노동자들의 시위와 기물 파괴에 시달렸다. 매년 낮아지는 임금과 높아지는 실업률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전설 속의 ‘러드 왕’(King Ludd)의 이름으로 자신들 불행의 원인인 직물 기계를 때려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일으킨 일련의 소요 사태를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부른다.
산업 혁명과 함께 등장한 이들 기계가 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것은 사실이다. 공장주 입장에서 보면 매달 월급을 줘야 하고 관리하기 힘든 사람보다 말없이 일 잘 하고 생산성 높은 기계를 쓰는 것이 편리하고 수익성도 높았다. 기계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이 깎여도 불평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쌓이고 쌓인 불만이 ‘러다이트 운동’이란 이름으로 터진 것이다.
이 운동은 공장주가 살해되고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처형당하는 비싼 결과를 치르고야 끝났다. 이 운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데는 정부의 탄압도 한 원인이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무도 기술혁신이란 대세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물 기계의 등장은 방직 근로자들에게는 원망스런 일이었지만 이로 인해 옷값이 싸짐으로써 가난한 일반 국민들도 따뜻한 옷을 입고 겨울을 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방직 기계에 대한 수요 증가는 기계공들의 일자리 증가와 철강 산업의 발전을 가져옴으로써 의류직 종사자 실직을 상쇄하고 남는 경제 성장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와서 이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방적기를 부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요즘 남가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랠프와 앨벗슨, 본스 등 수퍼마켓 체인 근로자들이 벌이고 있는 시위가 그것이다.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시위의 직접적 도화선은 마켓 업주들이 종업원들의 건강 보험 등 베네핏을 삭감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주들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근본 원인은 내년부터 남가주 전역에 문을 열 예정인 월마트 수퍼센터다. 기존 월마트 매장에 그로서리 스토어까지 겸한 이 센터가 들어서면 그 주변 소형 마켓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체인까지 문을 닫는다. 가격 경쟁 면에서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수퍼마켓 체인과 월마트 수퍼센터의 가격차는 17~3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가 이처럼 싸게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연 매출 2,40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구매력 때문이다. 월마트에 물건을 대려는 상인들은 다른 업체에 비해 훨씬 값을 낮추지 않고는 아예 거래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거기다 전 근로자를 비 노조원으로 두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적은 것도 월마트의 무기다.
미 전국에 3,000개의 점포를 갖고 있고 매주 1억 명의 미국인이 찾는 공룡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월마트 수퍼센터가 들어오자 라스베가스 지역에 18개 체인망을 갖고 있는 레일리 수퍼마켓은 모두 문을 닫고 말았다. 남가주 대형 마켓 체인들이 몇 달째 필사적으로 노조와 싸우고 있는 것도 이대로 가면 어떤 결과가 다가올 것인가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 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며 모든 기업의 존재 이유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여기 적응하는 기업은 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 대형 마켓의 등장으로 중소 업체가 문을 닫고 근로자들이 실직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나 이런 ‘창조적 파괴’를 처음 시작한 것은 월마트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다. LA 한인타운만 해도 이민 초기의 ‘맘&팝’ 그로서리 마켓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대형 체인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전보다 다양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게 됐다. 이제 와서 소형 마켓을 살려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월마트가 장사를 하지 못하게 문짝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보다는 나은 서비스와 지역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 등 대형 체인이 뚫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활로를 찾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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