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1세들의 근면 성실함, 삶의 지혜와 한인 1.5세·2세 젊은이들의 힘, 패기, 주류사회에서의 경험을 접목시킨다면 향후 한인 이민사회 100년의 길은 밝고 희망차기만 합니다.”
한인커뮤니티재단 이사장 홍준식(72) 박사와 회장 황성철(38) 변호사는 향후 한인사회가 미주류사회에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치력과 영향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인사회 두 세대가 서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등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준식 박사는 지난 70년대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이사로 한인 커뮤니티에 발을 들여 논 후 80년에 KCS 이사장, YMCA 이사, 플러싱 소재 세인트 조셉 병원내 최초로 설립된 코리안 클리닉 대표, 서재필 재단 회장 등 30년 동안 한인사회를 위한 봉사의 길을 걸어온 한인사회의 진정한 원로이다.
황성철 변호사는 현재 맨하탄 합동법률사무소 ‘필립스 나이저’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으며 한인사회에는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의 초대 회장직을 맡으며 관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항상 간직해온 황 변호사는 맨하탄 어퍼 웨스트 지역에 쌍둥이 동생인 황준철 변호사와 함께 ‘웨스트사이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며 한국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려왔다.
서 박사와 황 변호사는 세대와 사고방식 뿐 아니라 미국사회에서 속한 위치와 경험이 판이하지만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이들은 현재 한인사회·봉사단체들을 재정적, 행정적으로 지원해 한인사회의 방향과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KACF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처음으로 한인사회·봉사 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공동 대의를 위해 1세와 1.5세·2세가 힘을 합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역시 배경이 다른 두 세대가 잡음 없이 매끄럽게 일을 처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 진행을 영어로 할 것이냐 한국어로 할 것이냐 라는 작은 문제에서 어떤 기관을 선정해 재정지원을 할 것인가 라는 행정상의 문제까지 세대와 경험이 다른 두 세대가 의견충돌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1세들은 유교사상에 아직도 젖어 있어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주기 바라며 한국식 ‘빨리빨리 행정’에 익숙해 절차를 중요시하는 2세들의 방식이 익숙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또 아직도 학벌, 인맥 등을 중시하는 한국적 사고 방식이 남아 있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2세들과 종종 의견 충돌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재단 운영 초기에는 한국적인 것보다는 미 주류사회에 익숙한 2세들과 1세들의 한국적 사고 방식이 결코 쉽게 조화되지 않았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젊은 피’ 수혈을 누구보다 원했고 후세들이 한인사회는 물론, 미 주류사회의 기둥이 될 수 있도록 튼튼한 주춧돌이 되주고 싶었던 1세들이라 2세들의 방식을 먼저 수용키로 했다.
KACF가 미국내 한인단체이며 미 주류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정착·발전해야하는 단체인 만큼 2세들이 익숙한 미국식 처리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영어와 미국문화에 더 익숙한 2세들이 단체를 더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1세들은 젊은 세대와 둘러앉은 회의석상에서 2세들의 논리성과 긴 토론을 통한 민주적인 일 처리방법 등을 보고 그 합리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각자 전문직업으로 바쁘기 때문에 이메일·블랙베리·메신저 등 하이테크를 통한 긴밀한 연락망 등을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고 능률적이라고 말한다.
한인단체가 주류사회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미국 대형회사와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행정을 미국식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에는 1세와 2세가 모두 공감한다.
1세들만 2세들의 능력을 존중하고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2세들도 미주류사회에서 성공한 자신들의 현위치가 이민 1세들의 경험과 피땀 흘린 노력으로부터 왔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황 변호사는 “젊은 세대는 현재 능력을 키워나가는 단계일뿐더러 기부문화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한인사회를 위한 일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보통 세금면제를 받을 수 있는가? 어떤 일에 쓰일 것인가? 등의 질문을 우선 까다롭게 들이댄다”고 말한다.
그는 한인 1세들이 보이는 한인사회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관심을 가장 높이 산다고 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커뮤니티는 뒤로하고 공부와 출세에만 신경 쓰라는 식의 교육을 받아온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1세들은 한인사회를 위한 일이라면 희생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수긍한다. 무엇을 바래서가 아니라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한다는 순수한 애정을 갖고 자발적으로 돕는다는 것이다.
또 1세들의 ‘급한 성격’과 ‘빨리빨리 문화’조차 한인사회를 위한 행사에서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2세들은 과정과 절차를 너무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일을 추진하는데 보류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 박사와 황 변호사는 1세와 2세가 함께 한인사회·봉사단체를 지원해 한인사회의 발전을 꽤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조율해 발전된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최대한 살려 재단의 발전을 꽤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사회와 미 주류사회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2세들이 1세들로부터 후원과 자문을 얻어 실질적인 운영세력을 이룬 KACF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글 김휘경 기자. 사진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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