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자 유치에 8천억, 보조금도 확대… “2030년 R&D 투자, GDP 3%로”
▶ 마크롱, 美겨냥 “실수하고 있어…정부가 뭘 연구 말라 명령 못해”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구예산 삭감 등으로 미국을 떠나려는 과학자들을 향해 '공개 구애'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열린 유럽 과학 콘퍼런스 연설에서 '유럽을 선택하세요'(Choose Europe)로 명명한 과학연구 종합지원 계획을 내놨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25∼2027년 유럽을 연구자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한 5억 유로(약 8천억원) 상당의 새로운 패키지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 자금 지원기관인 EU 유럽연구이사회(ERC)에 '슈퍼 그랜트'라는 명칭의 7년짜리 새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 연구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으로 이주한 연구자에게 지급 중인 기존 보조금 규모도 2027년까지 더 늘릴 계획이다.
차세대 과학자 육성을 위해 경력이 짧은 연구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을 선택하는 이들은 더 높은 수당과 보다 긴 계약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EU 회원국과 함께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부문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과학연구계 혁신과 사업 기회 확장을 촉진하고 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EU 혁신법, 스타트업 육성 전략 도입 등을 비롯해 유럽행이 '더 쉽고 매력적'이 될 수 있도록 입국·체류 절차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 전역에서 이뤄지는 과학연구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유럽 연구 지역 법'(European Research Area Act)도 제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진 않으면서도 "기초적이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연구에 대한 투자에 도전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엄청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에는 국적도, 성별도, 인종도, 정치 성향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다양성은 인류의 자산이자 과학의 생명선"이라고 했다.
또 "우리(유럽)는 대학이 우리 사회와 생활방식의 기둥(pillars)이 되는 대륙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며 국내외 연구자들을 향해 "유럽을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이 콘퍼런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미국 내 학문적 자유와 연구 환경이 위협받는 가운데 열렸다. 전략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미국을 떠나려는 과학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행사를 주최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로운 과학과 혁신에 그렇게 많이 의존한 경제 모델을 가진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떤 정부든 무엇 무엇은 연구하면 안 된다고 명령하는 것은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립적 연구에 대한 위협과 전 세계적 불안이 있는 상황 속에 유럽이 피난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FP·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 국립과학연구원(CNRS) 등 여러 연구 기관이 미국에서 연구활동이 어려워진 학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지원자도 몰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EU 집행위, 회원국 당국자 외에 영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EU 비회원국 대표, 학계 인사들도 찾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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