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거울 기피증이 생겨 내가 사는 곳에는 거울, 특히 전신을 비치는 거울이 없다.
시간에 구속당하지 않고 시장기가 느껴져 뭔가를 먹을 필요가 있으면 먹고, 몸이 나른하면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잔다. 그러니 달밤에 체조하듯 야밤에 세수를 하고 또 책도 읽는다.
오늘은 감기 기운 탓에 낮에 자고 뭔가가 허전해 저녁 노을이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일 때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짧은 순간을 지키는 것은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저녁 노을을 잠시 즐기는 사이 주위는 어두워져 불을 밝혔다. 순간, 커다란 창문 유리에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작년에만 해도 변해진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물처럼 여겨지는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외면을 했었다. 그러던 내가 유리창에 내비치는 나를 담담히 바라본다.
고난이라 여기며 생각해보니, 지금의 내 형편이 과연 고난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근래 나는 성경 중 ‘욥기’를 자주 읽는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위로한다.
평이롭지 못한 삶에 놓인 사람은 각자 자신이 당한 고난이 최악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두운 밤에도 아름다운 것이 밤을 빛낸다. 보석처럼 빛나는 별 말이다.
고난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삶에서 난 귀한 것을 얻었다. 오래 전부터 꿈꿔온 나만의 성을 얻은 거다. 그래서 지금 난 성주가 되었다. 내가 왕이고 신하이고 백성이다.
외로움에 짓눌릴까봐 오랜 벗인 돼지(개 이름)와 지낸다. 시간이 멈추지 않고 열심히 흘러 나의 변해진 모습을 조금의 분함 없이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는 중 파스칼이 한 말을 곱씹어보게 되었다. “고난이야말로 제일로 영웅적인 세례“라는 말. 아직 나는 내가 지닌 신앙심을 믿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금 겪고 있는 고난에 대한 사랑이 움트는 중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지내는 곳을 천국이라고 여기면 마음에 부드러움이 넘치고, 지옥으로 생각하면 모두가 나를 해치려고 하는 살벌한 곳이 되는 거니까.
‘밀알’을 통하여 지금껏 몰랐던 앎도 얻고 불편한 나를 돕는 도우미를 통하여 사랑도 얻고 하는 것을 보니 파스칼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나는 고난에 대해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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