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봇물을 이뤘던 LA 다운타운 홈리스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새해 접어들면서 뚝 끊겨 이들 노숙자들은 풍성한 연말에 대비되는 싸늘한 신년을 맞고 있다. 연말의 반짝 밀물 온정이 시즌이 지나자 썰물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홈리스 선교에 종사하는 한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정점으로 홈리스를 위한 행사들이 폭주하다가 새해가 되면 지원의 손길이 뚝 끊겨 상대적으로 더 썰렁한 신년이 되는 현상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한인 단체를 포함해 홈리스를 지원하는 행사들이 너무 특정 시기에 편중되면서 베푸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 4~5일에는 다운타운 홈리스 밀집지역에서 하루에도 여러 건의 음식과 선물제공 행사가 이어져, 홈리스들이 배짱 튀기며 입맛대로 공짜음식을 골라 먹고 받은 옷들도 버려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거리의 교회 전예인 목사는 평소 커피 한잔에 빵 한 조각이면 감사해 하던 이들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더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고 태도가 돌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식을 동반한 저소득층이 대거 유입돼 음식과 선물을 받으러 몰려다니고 받은 옷을 되파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행사를 마련한 주최측도 시간과 장소가 겹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전 목사는 한인 단체 2곳이 홈리스들이 밀집해 있는 목 좋은(?) 자리에서 마주쳤다가 서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고집해 자리다툼을 벌인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온정의 손길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지만 특정 시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다운타운에서 홈리스 사역을 하는 한인들의 목소리다.
전 목사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만 사랑을 실천하지 말고, 평소 손길이 뜸할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으로 도와주는 길이라면서 음식도 하루 이상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배려라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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