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6.7의 지진이 노스리지 일대를 강타하던 1994년 1월17일 새벽 4시31분. 남편의 출근 도시락을 준비하던 이현숙씨는 꽝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이씨와 작은 아들은 구조됐지만 남편 출근하려던 이필순씨(RTD 머캐닉)와 잠을 자고 있던 큰아들 하워드(당시 15세)군은 무너진 아파트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날 아침 지진으로 이씨가 살던 3층 규모의 노스리지의 메도우스 아파트(164 유닛)의 1층 일부가 무너져 내려 한인 3명을 포함해 16명이 숨졌다.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재산 및 인명피해로 기록되는 노스리지 지진이 발생한지 오는 17일이면 만 10년이 되지만 당시 아파트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악몽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은퇴해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스티브 랭돈은 무너져 내린 벽과 천장에 깔려 갈비뼈와 빗장뼈가 부러지고 폐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고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있다가 5시간만에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었다. ‘꽝’하는 순간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달렸지만 랭돈 앞에 서 있던 출입문은 마치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앞길을 막았다. 순간 TV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옷걸이가 가슴을 치는 듯 싶더니 벽이 무너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됐다. 랭돈은 간절한 기도속에 보낸 공포의 5시간이 아직도 괴로운 듯 몸서리를 쳤다.
최근 83번째 생일 잔치를 보낸 래이철 리트만은 추억이 담긴 물건들과 함께 그대로 사라졌지만 다시는 기억에 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164 유닉에 세들어 살던 이들 주민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새 삶을 찾아서 또는 당시의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지만 10년전 악몽의 순간을 지워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