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실소를 금치 못할 바보 같은 짓을 얼마 전에 했다.
책을 읽다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든 일이다. 밤늦게까지 독서한 것이 뭐 그리 어리석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문제는 그 책이 ‘아침형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저자인 일본인 의사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하루를 지배하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며 인생 혁명을 위해 취침 시간을 밤 11시-새벽 5시 정도로 바꾸고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할 것을 권유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세상은 벌써 깨어 거침없이 달려 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조장하는 말과 함께.
작년 10월에 나온 이 책은 한국 서점가를 강타했으며 지금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같은 저자가 쓴 연작과 아류 서적도 쏟아져 나왔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직장마다 ‘아침형 인간 되기’ 열풍이 불고 있다. 새벽 어학강좌를 수강하고, 스파 회원권을 새로 끊고 지하철은 이른 시각부터 승객으로 붐비고…. 많은 이들이 ‘올빼미’에서 ‘종달새’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난리다. 70년대 초반처럼 사방팔방에서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새마을 노래가 들려오는 것도 아닌데. 한 때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던 한국이 온통 ‘부산한 아침의 나라’로 바뀔 것 같다. 물론 이는 조국의 암울한 경제 상황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놈), 삼팔선(38세까지 자리를 지키면 선방한 것), 이태백(20대의 태반이 백수) 등의 살벌한 신조어가 작년 한국 경제를 움직인 키워드에 선정된 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 주변에도 아침형 인간은 있다. 연매출 수천만 달러대 99센트 상품 도매업을 하는 한 경영자는 아침 4시에 출근해 하루를 연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새벽기도 후 하는 산책에서 신선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한 40대 업주는 시도해 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며 나는 안 돼 라고 생각하는 것은 핑계라고 강조한다.
아직은 새해의 첫 단추를 낄 수 있는 시간이다. 한 해에 한 단계라도 발전하기 원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 무엇이든 좋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도 좋고, 퇴근 후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저녁형 인간이 되어도 좋다.
새해에는 포기하지 말자.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단위라고 굳게 믿자. 박노해의 시처럼, 늘 새로운 실패를 하자. 설사 몇 번 실패하더라도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김 장 섭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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