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 신설되는 ‘제9 벨몬트 신초등학교’의 후보 부지인 호바트와 세라노 사이의 6가 부지에 대한 LA 통합교육구 주최 주민공청회가 열렸던 지난 15일 저녁 코행가 초등학교 강당. 이날 공청회에는 학교가 들어설 경우 생계의 터전이 철거될 위기에 처한 한인 상인과 학부모 등 한인이 거의 100여명 참석했다. 역대 어느때보다도 많이 참석한 한인들의 표정에서 학교 부지 선정을 막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읽을 수 있어 분위기는 숙연하기까지 했다.
‘한인들도 이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기자의 ‘흐뭇한’ 생각도 잠시, 정작 공청회마다 대거 몰려들어 절대 다수를 이뤘던 히스패닉 주민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자 이같은 생각은 불안감으로 돌변했다. 기자의 불안감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형식만 공청회였지 이날 행사는 이 부지에 대한 학교 건축 설명회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었다.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센트럴 지역 학교 신·중축을 책임지고 있는 로빈 브라운 디렉터는 이날 “실무진이 이미 이 부지를 최종 부지로 선정했으며 이를 전체 교육위원회에게 추천할 것”이라며 “2월24일 교육위윈회가 표결을 통해 최종 선정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건축회사 관계자는 학교 건축 도면까지 공개했다.
50, 60년대 주유소가 있었던 이 부지는 휘발유와 비소 오염이 심각해 당초 후보 부지 명단에서 제외됐었다. 그런데도 교육구가 다른 후보 부지 9개를 제치고 이 곳을 선택한 데는 다른 부지는 주택가를 일부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 부지에는 가게만 있어 주민들의 반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지의 실무진 부지 선정은 지난해 3, 4월 공청회를 토대로 이미 판가름 났다. 당시 공청회에 대거 참여한 히스패닉 주민들은 ‘학교를 짓는데 사람이 사는 주택이 철거되면 안 된다’며 정치권과 인맥을 동원한 총력적인 반대 캠페인을 전개, 그들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인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은 “정작 필요할 때는 한인들이 몇 명 나오지 않아 한인 커뮤니티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중과부족이었음을 시인했다.
한인사회는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것인가. 학교 부지 선정과정은 한인 상권과 히스패닉 주택가의 힘 겨루기로 정의할 수 있으며 결과는 한인 상권이 연전연패하고 있다.
아직 2월12일 교육구 건물소위원회 청문회와 2월24일 전체 표결이 남아있어 번복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지난 3년간 대규모 학교 신·중축 사업이 시작된 후 교육위원회가 실무진의 최종 부지 추천을 거부한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 환 동<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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