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7일 미국을 방문한 탈북여성 이애란(39)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 고 백홍룡씨 성묘차 미국 로즈힐 공원묘지를 찾아 첫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애란씨는 남북으로 헤어진 외할머니 가족의 아픔을 그린 소설 ‘할머니가 있는 풍경’(Still Life with Rice)을 쓴 후 생사를 걸고 재회를 성사시킨 한인 작가 이혜리(38)씨의 이종사촌 언니, 즉 외삼촌의 딸이다.
지난 97년 가족과 함께 극적인 탈북에 성공, 현재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서 수학중인 이씨는 “할머니가 하늘에서도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시는가 봅니다. 실업난이 극심한 서울서도 저희 가족들은 모두 직업을 갖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요”라며 흐르는 감격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11살 때 평양서 별안간 먹을 것도, 전기도 없는 시골 산간으로 가족 모두가 쫓겨나 시달리면서 ‘악몽이라면 빨리 깨어나고만 싶다’고 느끼던 그 간절함과 대조되는 오늘의 이 현실이 너무 감사한 한편, 함께 오지 못한 북의 동포들에겐 정말 미안할 따름”이라며 간신히 말을 맺은 이씨의 가슴속엔 설움과 감격과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인 폭포와 같은 통곡소리가 맺혀있는 듯 했다.
현재 2,000여명의 여성 탈북자 가운데 첫 박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씨는 “생전 처음 접하는 영어 때문에 어려웠지만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석사학위를 무사히 취득하고 박사 첫 학기를 끝냈다”며 “배울수록 북한의 실상이 더 확실히 보여 앞으로 미국서 더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의 식량난을 식품영양학자로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또 직접 보고 느낀 남북한 극심한 문화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제안 등 하고 싶은 일, 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씨는 뉴욕을 거쳐 2주일 정도 머물다 귀국할 예정이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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