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사 취재에서 겪은 두 경우다. 세미나가 시작할 즈음 안내자에게 몇 명 참석했는지 물었다. 기자증을 노려보던 곁의 신사가 대뜸 “한 300명 넘게 온 것 같으니 350명이라 쓰시면 되겠네요. 400명으로 보도해 주시면 더 좋고요”란다.
행사 담당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최소한 두 가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첫째, ‘언론에 보도되는 숫자는 기자가 임의대로 쓰는 것일 게다’. 둘째, ‘참석자가 많을수록 성공한 행사로 보일 게다’. 하지만 이 역시 그의 히죽대며 답하는 모양새로 판단한 터여서 따지기도, 또 따져봐야 변명만 길어질 것이 뻔해 거두절미하고 집회장으로 들어갔다.
헤아려 보니 250명 조금 넘는 인원이었다. 그나마 장소가 비좁아 행사장 안은 통로까지 나앉은 사람들과 들락거리는 사람들로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어수선한 난장판이었다. 행사 평은 불을 보듯 훤했다. “무료 행사라도 그렇지, 고교생 자녀 둘을 데리고 왔는데 강사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중간에 끼어 나갈 수도 없어 시간만 낭비했다”는 푸념, “제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손을 밟히는 바람에 괜한 싸움만 했다”는 불평.
물론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뻐하던 여중생도, “앞자리에서 유익한 설명을 녹음까지 했다”고 신바람 난 학부형도 있었지만 앞자리 몇몇만의 잔치였구나 싶었다. 취지를 잊은 채 탁한 공기 속 웅성이며 빠져나가는 인파를 흐뭇이 바라보는 행사 담당자의 표정이 한숨만 자아냈다.
반면 지난 주 개원 및 성도절 정진기도법회 취재 차 고려사 국제불교사원에 들렀다.
참석자수를 확인하니 약 200명 정도. 등록신도수가 600명 정도고 특히 이 행사엔 한국서 저명한 법사를 초빙했다는 설명과 어긋맞다 싶어 참석률이 저조했던 이유를 물었다.
“부러 일요 설법시간에 일정을 잡았지요”라며 “법당 크기도 한정돼 너무 인원이 많으면 이도 저도 안됩니다. 귀한 법문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신도들은 참석했을 테니까요”라는 주지 범경 스님의 설명이다.
그래도 좋은 메시지는 많은 사람이 참석토록 조정했어야지 않았나 하는 후속 질문엔 “참석한 각자가 법문을 소중히 마음으로 받아 기도하고, 그 쌓은 기도를 회향(함께 나눔)했으니 그것으로 족하죠”라며 해맑게 웃으신다. 간만에 접하는 초가을 저녁바람 같은 시원함이다.
불교에는 거친 삶으로부터 안전히 보호해 주는 세 가지 보물, 즉 불·법·승이 있단다. 불(佛)이란 부처의 삶을 따라 사는 것, 법(法)이란 지혜와 자비로 부처의 말씀을 나누는 것. 또 승(僧)이란 지혜와 진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란다. 범경 스님의 답변에서 이 삼보(三寶)가 반짝 빛을 발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상 경<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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