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기에 한 일”
“수감불구 후회는 없어 부친 임종 지켜봤으면”
“꼭 무슨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한국인이니까 한 일이죠”
지난 96년 기밀누설 혐의로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수감 중인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은 7년여간 수감생활을 한 펜실베이니아 앨런우드 교도소에서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7년 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0일 7년여만에 교도소 밖으로 나와 이감중 처음 인터뷰를 통해 그는 “굉장히 건강한 상태며 바깥으로 나온 것이 꿈만 같다”고 들뜬 목소리로 소감을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부터 자신의 집에서 75㎞ 정도 떨어진 버지니아주 윈체스터 교도소에서 오는 7월27일까지 외부접촉이 조금 더 자유스러운 수감생활을 하고 출감한 뒤 3년 동안 일정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보호관찰을 받는다.
그는 96년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한국측에 ‘이런 것이 있으니 좀 알고 있으라’고 말하고 북한관련 정보를 전해 준 뒤 ‘갖고 있지 말고 보고 버리라’고 했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는 그 일이 그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잘못되면 나에게 불이익이 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며 “그 사람(백동일 대령)도 그것이 자신의 임무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는 “결국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됐지만 석방을 앞둔 지금도 후회는 없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고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7년여간 교도소생활에 대해 그는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며 “교도관들이 주지 않아도 될 정신적 압박을 줘 그것을 견뎌내는 게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씨가 가장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투병중인 부친 김상영(91)옹. 그는 “아버지가 조금만 더 나를 기다리셔서 임종하실 때라도 곁에 있고 싶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이 6자 회담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겉으로는 96년처럼 미국이 독단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지 않으려고 하지만 다른 나라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이어 “국민의 깊은 관심에 감사 드리고 그런 관심이 없었다면 아마 미쳐 버렸을 것”이라며 “아직 정신연령은 40대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생동안 한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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