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스 데이가 하필 연휴에 끼었을까!”
꽃가게 주인들이 요즘 아쉬워하는 말이다. 밸런타인스 데이는 꽃집으로 볼 때 연중 대표적 대목인데 그 날이 연휴 속에 파묻혀 버렸으니 매상이 예년 같지 않으리라는 걱정이다.
여직원들이 많은 직장의 경우, 사랑의 표현도 표현이지만 당사자의 체면 때문에라도 남편이나 애인이 경쟁적으로 꽃을 배달하던 것이 사실. 그런데 올해는 그날이 토요일이니 ‘체면용’꽃 주문은 생략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래도 여전히 수요는 많아서 장미 값은 평소의 2.5배로 뛰어 한 더즌 가격이 100달러 선. 거기에 초컬릿 상자와 촛불 밝힌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합치면 이 날 하루 보내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2년전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밸런타인스 데이에 쓰는 돈은 가구당 평균 94달러 50센트. 100달러 남짓한 돈을 꽃이나 초컬릿, 혹은 저녁식사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말이다.
꽃 한송이, 편지 한 장으로도 가능한 사랑의 표현을 왜 꼭 이렇게 획일적인 방법으로 돈을 들여 해야 하는 걸까. 상업주의가 우리 개개인의 사적인 삶을 지배한 결과이다.
사랑의 표현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장미꽃이라면 가장 특별한 표현으로 쓰이는 것은 다이아몬드이다. 남성이 청혼을 하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치는 전통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다이아몬드처럼 쓸모 없는 물건도 없다. 금이나 은은 녹여서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실용가치가 거의 없다. 실용성 대신 의미로 존재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가 없었다면 다이아몬드 수요는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투자 대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광산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19세기 말 부유층 사이에서는 다이아몬드 구입이 붐을 이뤘다. 그런데 대공황을 맞아 장롱 깊숙이 숨겨두었던 다이아몬드가 일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 일대 혼란이 닥치고 다이아몬드 산업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때 업계가 뼈저리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 다이아몬드를 투자 대상이 아닌 선물, 한번 사면 다시 팔지 않는 의미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착안된 것이 다이아몬드 결혼 반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 문안이 히트를 치면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물이 되었다.
장미와 다이아몬드로 하는 사랑의 고백 -이제는 풍속처럼 굳어졌다. 이런 문화를 상업주의의 소산이라고 무시하자니 상대방이 섭섭해 할 것 같고 따르자니 허리가 휘고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신을 갖기도 쉽지 않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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