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또다시 ‘올인’(All-in)이다. 총선 올인, 올인 정국, 올인 전략, 올인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단어마다 ‘올인’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작년 TV드라마가 유행 시킨 도박용어 ‘올인’은 단 한판에 모든 판돈을 다 걸고 승부한다는 뜻이다.
미국 살기를 선택해 이번 총선에 투표권이 없는 나는 도박 용어까지 동원해야 하는 한국의 절박한 상황을 관망할 뿐이지만, 총선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다. 말 그대로 삶의 전부를 걸고 최후의 승부를 내겠노라 스스로가 도박판을 벌이는데 관심이 갈 수밖에.
얼마 전 여행(Travel) 채널이 방영한 월드 포커 투어의 한 게임을 열심히 본 적이 있다. 간이 콩알만해 승부 내기 자체를 싫어하는 내가 포커판 구경에 열을 올린 건 단지 구성원들 때문이었다.
50년간 포커 투어 지존의 자리를 지켜온 실버 도박사, 벤처기업을 400억달러에 팔고 재미 삼아 포커를 하는 31세의 미스터 닷컴, 영국에서 헤어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다가 은퇴 후 포커 판에 뛰어든 인도 남성 등 이들의 게임은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물론 초반부터 판돈이 상당했던 지존의 도박사와 미스터 닷컴이 게임의 흐름을 압도했다. 후반에 들어 지존의 도박사가 미스터 닷컴을 아웃시키려는 의도로 올인 베팅을 했다. 결과는 참패. 되려 자신이 아웃된 후 미스터 닷컴과 푼돈으로 자리만 지키던 헤어디자이너 둘만 남았다.
이어 막판 승부, 선글라스까지 동원한 포커 페이스로 죽기살기 올인만 하는 헤어디자이너에게 미스터 닷컴은 8배에 달하던 판돈 다 잃고 최고의 도박사 자리까지 내준 채 게임을 끝내야 했다.
소중한 지면을 낭비해가며 포커판을 서술한 건 현재 한국의 올인 유행이 과연 ‘무엇을 위해서’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한 몫 챙기려고, 최고의 도박사가 되기 위해서, 이도 아니면 재미 삼아?
지난달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대사가 언급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한국’으로 갖게된 긍정적 기대감이 또다시 사라진다. TV 유행어나 갖다 붙이는 현 한국을 바라보며 미국 살기를 택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미국 살기를 택한 이유는 한국 살기가 싫어서는 분명 아니다. 지금처럼 폼 나는 세상, 좀더 제대로 살려면 한국의 변화와 안정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번 총선이 끝나면, 꼭 이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미국 살기를 선택한 내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 은 선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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