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라
요즈음 교회에서 밸런타인스 데이에 부부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교제를 나누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내 마음자리를 채우고 있다.
인터넷 검색 창을 열면 줄줄이 엮은 굴비마냥 밸런타인스 데이와 초컬릿을 하나로 묶어 선전이 한창인데 오늘 아침엔, ‘귀차니스트’(귀찮다+ist의 합성어, 귀찮은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고 혼자 생활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들이 가전시장의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눈에 확 들어온다.
손뼉을 한번 쳐주거나 말만하면 자동인식 장치가 스스로 작동을 하여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때 적절한 음향을 계산해 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등의 편리한 기능들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전원이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을 하고 장애물들을 피해 다니며 청소를 해주는 로봇 청소기 등이 허드렛일을 귀찮아하거나, 모든 일에 좀 더 ‘편리하게 편리하게’를 부르짖는 사람들을 위해 시판 중이라고 한다.
아직은 사진 찍을 때 찰칵하는 소리가 나야 사진 찍는 맛이 나고 물걸레로 빡빡 문지르며 마루를 닦아야 속이 후련해지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여겨지지만,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귀차니스트’로서의 기질을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나 또한 이런 달콤한 편리함을 언제까지나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라 여겨진다.
언젠가 이 땅이 ‘귀차니스트’들에 의해 점령되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것도 귀찮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사랑하는 법마저 잊어버리는 건 아닐는지.
며칠 전, 나는 포리스트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뜨듯한 물기가 차 오름을 느꼈다. 순전히 ‘따뜻했던’이란 과거형 형용사에 이끌려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인터넷을 통해 구입을 했는데 역시나 괜찮은 선택이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나는 책 속의 내용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은 근육과 같아서 가꾸면 가꿀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사랑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진실로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또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과 표현이 함께 할 때 사랑은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므로. 상대에게 건네는 사랑의 말 한 마디 없는 그런 사랑은 서로를 지치게 할 뿐이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모든 사람은 아니라도 내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그들 사이에 밤톨만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간다 해도 ‘사랑하는 일’을 허드렛일로 여기는 일은 부디 없어야겠기에, ‘귀차니스트’가 되지는 말아야겠기에, 온 몸에 닭살이 돋을지라도 오늘 밤 당신의 그대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쯤 건네봄이 어떠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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