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의 한인에 대한 차별조항을 수정 보완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해외 거주 한인들의 한국 내 법적 지위가 확보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러시아와 중국에 건너간 한인들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았던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을 고쳐, 정부수립 이전에 조국을 떠난 동포들에게도 법의 혜택을 부여한 점은 600만 해외동포의 소중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지구촌 네트웍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발전에 물심 양면으로 기여하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역할을 인식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재외동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는 미주한인들의 노력이 지대했다. 헌법불일치 판정에 따라 지난해 연말까지 새로운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았더라면 기존의 법이 사문화되면서 한인들이 한국 내 활동 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한인단체들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전개하는 동시에 한인사회에 여론을 환기하는 다각적인 캠페인을 편 것이 개정안 통과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재외동포법이 해외에 사는 한인들의 가려운 곳을 속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한국에서 일정 기간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오려던 한인 2세들의 병역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 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호적신고도 돼 있지 않은 2세에게도 혈통주의를 내세워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법규를 시정하는 데도 단합된 힘을 보여야 하겠다.
이를 위해선 해외한인들의 권익을 포괄적으로 다룬 재외동포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유명무실한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의 기능을 이 법에 명시하고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또한 대통령 산하기구로 재외동포정책계발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가 점진적으로 교민청 신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캠페인 과정에 해외 한인들에 대한 이중국적 허용도 추진돼야 할 것이다.
재외동포법 개정안 국회통과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 어찌 보면 이번 개정안 통과로 미주한인들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죽을 뻔한 기존의 법을 간신히 살려냈고, 상대적으로 차별대우를 받았던 타 지역 동포들에게 미안함을 갖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미주한인에게 가시적인 변화는 없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다. 이번에 보여준 단합된 모습을 흩트리지 않고 해외 한인의 현안을 하나 하나 풀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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