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에게해 북동부 소아시아 연안에는 인구 10여만명의 레스보스라는 섬이 있다. 지금은 포도주와 올리브유 생산지로 알려져 있을 뿐이지만 한때 그 섬은 에게 문명의 중심지로 번창하던 곳이었다.
기원전 7세기와 6세기에 걸쳐 시와 음악의 중심지로 유명했는데 그 섬을 대표하는 인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여류시인 사포이다. 기원전 610년-580년께 레스보스 섬에서 활동한 사포에 관해서는 여러 엇갈리는 설들이 전해지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서정적 시를 많이 썼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시의 주된 주제는 애정, 질투, 증오 등 연애 감정. 문제는 그런 치열한 감정의 대상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레스보스에서는 여성들이 모여서 시를 짓고 읊으며 우아하게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교모임들이 유행했다. 사포도 그런 모임중의 하나를 이끌며 예술활동을 했는데 아름다운 소녀 숭배자가 많았다고 한다.
사포가 그를 추앙하던 아름다운 소녀들과 단순한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졌는지, 동성애의 관계가 있었는지 사실 여부를 지금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그를 따르던 레스보스의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에서 레스비언이 유래했다는 사실이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 ‘사포의 후예’가 지난 며칠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정부가 지난 12일부터 동성애 커플들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전역은 물론 텍사스, 콜로라도, 펜실베니아 등 미전국, 멀리 뉴질랜드, 스위스, 타일랜드 등 외국에서까지 동성애 커플들이 몰려들어 시청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었다. 주말도 없이 시청이 문을 열고 결혼 증명서를 발급, 지난 며칠간 2,400여 커플이 결혼을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법은 결혼을 남과 여의 결합으로 정의, 시정부가 인정한 이들의 결혼이 법적으로 어느 정도 효력을 가질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대통령 선거의 해에 동성애가 갑자기 핫 이슈로 떠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앞서 매서추세츠 주대법원은 동성애자들의 결혼 권리를 인정, 오는 5월17일부터 동성애 커플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주정부에 명령했다.
동성애자 결혼 인정의 법적 근거는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 “우리도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는 이 사회의 중추이다. 차별은 부당하다”는 것이 동성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전통적 가족’을 중시하는 일반 대중에게 ‘동성애 부부’는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 남자만 둘 있는 이웃집, 엄마만 둘 있는 옆집 아이를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부모들에게는 그것이 제일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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