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인타운 한복판인 6가와 호바트의 학교부지 공청회가 열린 후 폰태나에 사는 한인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주와 연방 정치인들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물었다.
“한인타운 한 가운데 학교를 건설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행위이기 때문에 당국이 아닌 정치인들에게 직접 따져야 한다”는 이 여성의 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의원 중 한 명이라도 직접 통화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며칠 후 다시 전화를 걸어온 이 여성은 의원 사무실 직원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은 듯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출에 중국 커뮤니티가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요지의 LA타임즈 기사를 예로 들며 한인들도 ‘몰표’ 형태로 한인 커뮤니티에 호의적인 정치인을 선출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소수계 커뮤니티가 갖는 가장 큰 공통점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 줄 대변자’가 없다는 것과 그래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식이다. 소수계로서 벗어날 수 없는 콤플렉스는 차치하더라도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수준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마지막 방패막이 돼 줄 ‘대변인’이 거의 없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개인적인, 사회적인 불만에 애가 탄 한인들은 입안 가득 하고 싶은 말을 머금고 있지만 어디에 대고 뱉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직접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한인 커뮤니티에 호의적인 후보를 당선시키길 원하고, 그도 안 된다면 아태계 커뮤니티가 힘을 합쳐 정치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직접 정치인을 배출한 경험이 일천하고,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결정권을 행사했던 적도 드물며, 아태계라는 이름 하에서 진행되는 정치적 움직임에는 언제나 중국계에 주도권을 빼앗겨 참여의 위치에 섰던 것도 사실이다.
모두들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을 애타게 갈망하고 있고, 주류사회와 한인 커뮤니티를 잇기 위해 개인과 단체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치인들을 키워내고 한인들을 주류사회로 진입시켜줄 자양분 역할을 할 토양은 아직 척박하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한인들이 ‘한미정치참여협회 100인 클럽’을 만들었다. 낙선 경험이 있는 한인들이 포함돼 정치인 배출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단체에 관심을 보이는 한인들의 문의가 적지 않다.
100인 클럽이 정치인 배출을 지원하는 단체로 자리잡아 가길 한인의 한 사람으로서 빌어본다.
한인들은 ‘우리들의 대변인’에 목마르다.
배 형 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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