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기 <시인·워싱턴 문인회>
웅담 및 산삼 밀거래 한인 기소사건을 보면서 이것이 강 건너 불이 아님을 느낀다. 해마다 몇 번씩 블루 리지 마운틴으로, 알레기니 마운틴으로 다니면서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초입 산자락에 있는 딕시 랜드는 장거리 운전 중에 소변을 보기 위해서도 으레 들렸다 가는 곳이었다. 내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수갑을 차지 않은 것은 단지 그 곳에서 산삼이나 웅담을 판다는 광고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다. 만약 내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버지니아 토종 꿀 한 병 사갖고 오듯 산삼 한 뿌리 당연히 사왔을 것이다.
함정수사가 합법적이라 해도 우리 한인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은 우리가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인들이 누구 못지 않게 똑똑하다 해도 그들이 만만하게 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하나가 응집력 부족이다.
만약 우리들 중 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유권자 등록을 한 뒤에 그 표를 한군데 똘똘 뭉쳐 들고 있다면 그들이 우리를 이렇게 마구 취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표가 얼마 되지도 않는 동성연애자들도 똘똘 뭉쳐서 제나름대로 권익을 챙기고 있다. 이민 역사가 일천한 우리들에게 무슨 선조 대대로의 전통이 있어 한인 민주당이니, 한인 공화당이니 하면서 표 몇 장 쥐고 그들의 꽁무니에 붙어 서서 어설픈 웃음을 웃어야 하나.
이곳 한인사회의 제 단체장들이 용단을 내려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로 모아야 할 때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가 그깟 삼 몇 뿌리에 수갑을 차는 수모를 당하는 것은 여러 단체장들이 저마다 엉성한 판자집 하나씩 차지하고 우리 한인사회를 판자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그 알량한 판자집 다 허물어 커다란 이층, 삼층집을 지을 때라고 본다.
웅담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강 건너 불로 보면 절대 안 된다. 강 건너 판자촌에 불이 나자 강 건너편 판자촌 사람들은 불구경만 하다가 불길이 너무 강해 강을 건너와 건너편 판자촌까지 다 타버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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