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거의 20년 전인 1986년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새해를 맞았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란 나라는 미국의 일반 대중에게 별로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하면 “아, 한국 전쟁의 나라!”하면서 전쟁으로 다 부서진 불쌍한 나라를 떠올리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TV 광고에 등장한 ‘현대 엑셀’은 백 마디 말보다 나았다. “한국도 이렇게 발전했다”는 산 증거인 것 같아 “광고를 볼 때마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는 한인들이 많았다.
아마도 그런 감격의 결과였을 것이다. 엑셀의 첫해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현대는 그해 미국내 판매 목표량 10만대를 160% 초과 달성했다. ‘현다이’‘하이언다이’… 등 발음도 가지가지이던 현대차를 많은 한인들이 ‘애국심의 발로’로 구매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애국심’구매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자잘한 고장이 그치지 않고, 1년만 타도 헌차가 되어버리는 데다 중고차 판매가격이 너무 낮아서 ‘애국심’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를 않았다. “국산품 애용도 좋지만 품질이 이래서야…” 하며 많은 사람이 등을 돌렸다.
“이왕이면 한국 제품”하고 물건을 샀다가 후회한 경험을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씩은 가지고 있다.
남가주의 P씨는 2년전 S사 카메라를 샀다가 낭패를 보았다. “평소 되도록이면 한국 상품을 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카메라는 별로 고장 날 일도 없는 물건이어서” 한국 제품을 구입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얼마 쓰지도 않아서 고장이 나버린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산은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로 끝나는 물건이란 이미지를 달고 다녔다. 아울러 한국산 전자 제품들은 싼 값의 세일 품목이거나 끼워주기 품목으로 쓰여서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쇄신하는 바람이 지금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등 세계의 휴대폰 시장을 당당하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5억1,630만대 출하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는 여전히 핀란드의 노키아. 그 뒤를 모토롤라, 삼성전자, 지멘스가 쫓고 있고, LG전자가 소니 에릭슨을 앞지르며 5위로 부상했다. 빅 5중 둘이 한국 기업이다.
반가운 것은 한국제품들이 싼 가격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과 성능 때문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 밸리의 한 주부는 최근 고교생 아들과 그 친구 대여섯명이 모두 한국산으로 휴대폰을 바꾸었다며 흐뭇해했다. 상품의 경쟁력이 있으면 ‘국산품 애용’은 저절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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