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대 <훼어팩스, VA>
젊은이는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나이 든 사람은 추억에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옛 어른들은 얘기했다. 나도 이제 내 머리 색깔을 보니 흰 서리발이 많이 내렸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이 시간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내가 태어나 자라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일 가운데 특별하게 메모리 된 것이 가끔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시골에서 중학을 하고 운 좋게 서울로 와 공업학교를 다녔다. 어려운 시절에 형제들의 도움으로 대학도 가게 되었다. 첫 학기에 수강한 국어작문 때 이야기이다. 강사는 박목월 교수님이셨다. 아시는 분이 많겠지만, 그 분은 키가 크시고 얼굴이 잘 생긴 미남이셨다. 베이스의 인정스런 음성에 명 강의를 하신, 유명한 국문학자였기에 그때 나는 복이 많은 학생이구나 느꼈다.
또 머리모습은 늘 스포츠형의 단정하신 모습으로 여느 교수와 다른 인상을 제자들에게 심어주신 분이셨다. 몇 번의 강의가 지나자 이제 글짓기를 해보자 면서 숙제를 내주셨다. 제목은 ‘사람의 코’였다.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얼굴 앞에 나온 코이다.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학교로 올 때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의 코를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코를 보며 얼굴과 코의 위치를 보며 자기 나름대로 느낀 바를 글로 써 오라는 것이 숙제였던 것이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들은 노래, “언니는 좋겠네, 언니 아저씨 코가 커서…”라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그 과목 후 나는 글을 써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동안 살아왔다. 그런데 수 년 전 몸이 안 좋아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었다. 거기서 남의 글과 신문기사들을 읽게 되었고 글을 한번 써 볼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2차 대전 때 어느 일본군인이 넓은 중국 땅을 계속 걸으면서, 아! 전쟁은 걷는 것이구나 하였다 한다. 나는 글을 써보는 것이 하나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스 격언에 “인생은 자연의 선물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삶은 지혜의 선물이다”라고 말한다. 오늘 나는 박목월 선생님의 시 ‘나그네’를 생각하며 글도 안 되는 나그네의 말장난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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