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세계축구 100대 스타 선정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에 의해 선정 발표된 리스트는 300명의 생존하고 있는 선수후보 가운데 현역선수 50명과 은퇴한 선수 50명 등 100명을 뽑기로 한 것이었으나 펠레가 도저히 100명으로 수상자를 압축할 수 없다고 호소함에 따라 25명이 늘어난 125명이 선정됐다.
4일 영국 런던에서 발표된 명단에는 펠레 자신은 물론 디에고 마라도나, 프란츠 베켄바워 등 기라성같은 축구전설들과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등 쟁쟁한 현역선수들이 포함됐고 LA 갤럭시 소속인 홍명보도 유일한 한인으로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영예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도대체 이게 뭐냐’는 듯 시큰둥하다. 흥분이나 축제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관심이 있는 곳에서도 축하가 아니라 ‘잘못된’ 선정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만 높다. 가장 많은 15명이 뽑힌 펠레의 조국 브라질에선 축구영웅인 리베리노와 자이징요 등이 빠진 것을 놓고 성토여론이 들끓고 있다.
펠레는 “브라질선수만 가지고도 100명을 채울 수 있었다”면서 선정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현지신문이 발표전날 입수 보도한 임시 리스트에 브라질 선수가 12명뿐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14명씩)보다 적었다는 사실까지 겹치며 졸지에 모국 여론의 지탄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유럽쪽의 반응도 대동소이.
로이터통신은 영국의 축구영웅 바비 무어가 제외되고 미국의 두 여자선수(미아 햄·미셸 에이커스)가 선정된 것과 한국의 홍명보와 일본의 나카다가 영국의 라이언 긱스와 이안 러시를 제치고 뽑힌 것은 이 명단이 축구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펠레가 자책골을 넣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일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것이기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기자라면 한국선수로 차범근을 뽑았을 것이다. 또 세계적인 이벤트로서 지역안배라는 정치적 고려가 포함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선정과정이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나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것. 펠레가 위대한 선수임은 분명하나 짧은 시간 내에 혼자서 많은 사람의 불만을 최소화시키는 선택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펠레가 아니라 행사를 주관한 FIFA의 자책골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김 동 우 <특집1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