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골프를 좋아하기는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야”
얼마 전 개장한 LA시티 칼리지 옆 골프 연습장, 마제스틱 골프랜드에 다녀온 한 친지가 말했다. 골프 연습장이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인 골퍼들이 몰려드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어디서 개장 소식을 들었는지 저녁 시간대에 가보면 직장일 마치고 돌아온 듯한 부부, 아들 데리고 와서 연습시키는 아빠, 나들이 삼아 나온 일가족 등 남녀노소가 연습장을 빽빽이 메우곤 했다.
연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 일대는 가로등도 변변치 않았다. 연습장의 강한 조명이 불야성을 이루고, 그 불빛 아래서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광경은 죽어있던 주변 경관까지 활기차게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3주만에 연습장이 문을 닫았다. 골프공이 캠퍼스로 날아들어 위험하다며 대학 측이 잠정 폐쇄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높은 안전망에도 불구, 골프공이 담장 밖으로 넘어가 문제가 되자 골프랜드 측은 부랴부랴 연습장 위쪽 전체에 안전망 설치공사를 시작했다.
그래서 며칠 후면 다시 문을 열려는 참인데 이번에는 시의회에서 문제를 걸고 나왔다. LACC가 지역구인 에릭 가세티 시의원의 발의로 시의회는 연습장을 ‘즉각 영원히’폐쇄하라고 대학측에 촉구했다. “소중한 부지가 잘못 쓰여지고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600만달러를 투자하고 수년의 공사 끝에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마제스틱 골프랜드 측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다. 대표 조희균씨는 연간 12만달러에 부지를 임대, 1차 리스기간 10년, 총 재계약 가능 기간 35년으로 대학 교육구측과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안전장치를 더 하라면 몰라도 연습장 자체에서 손을 떼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골프공 몇 개 담장 밖으로 넘어 갔다고 시의회까지 가세해 ‘연습장 폐쇄’를 들고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골프 연습장 건설에 대한 교직원·학생들의 깊은 불만이다. 시의원이 말한 ‘소중한 부지’는 원래 공터가 아니라 대학 주차장이었다.
대학 당국으로서는 재원 마련의 방법으로 택한 것이겠지만 멀쩡한 주차장을 허물어 버렸으니 주차공간 잃고 불편한 학생·교직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의원에게 보내는 골프장 반대 서명운동에 학생, 교직원은 한마음이 되었다.
주차장 부지 임대한 건 대학 당국인데 잘못 하다가는 한인 사업가가 피해를 입게 생겼다. 아울러 주차장 잃어버린 불만의 눈총이 골프장 찾는 한인들에게 돌아갈까 걱정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