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효자동 이발사’ 송강호
16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심의 한 호텔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손안에 들어올 듯한 덕수궁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가리키며 “저기는 또 어디죠?” “어머, 청와대도 보이네!”라는 말로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부터 일신하는 그는 분명 배려 깊은 배우였다.
호감도,흥행파워,연기력…. 그 어떤 것에서도 최고가 아닌 것이 없는 그가 오는 5월5일 개봉되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감독 임찬상·제작 청어람)로 돌아온다.
‘살인의 추억’ 이후 꼭 1년 만이다. 누구처럼 얼짱스타도,누구처럼 몸짱스타도 아니지만,그가 만들어내는 작품 속 캐릭터는 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배우다.
너무나 정중한 어투로 얘기를 하다가 순간 터뜨리는 그 특유의 ‘깨는’ 웃음. 무방비였던 상대를 어느새 ‘송강호의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는 그래서 더 무서운 배우인지도 모른다.
―‘살인의 추억’ 이후 1년 만인데.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주게 돼 기쁘다.
―‘효자동 이발사’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면.
▲4·19부터 10·26까지. 흔히 말하듯 ‘박통시대’를 관통했던 한 소시민의 이야기다. 멋진 의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게 바로 ‘효자동 이발사’다운 감동이다. 정치적 메시지를 겉으로 강요하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라서 출연했다. 특히 10살난 아들과의 부자 연기에서 느낌이 남달랐다.(그는 아홉 살된 아들, 다섯 살된 딸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발사다. 어떤 기술(?)을 연마했나.
▲한 달가량 가위질과 빗질, 짬짬이 면도까지 배웠다. 남자 머리쯤은 커트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발소 차릴 정도는 아니다.
―상대역으로 문소리를 적극 추천했다던데.
▲꼭 문소리여야만 한다고 한 것은 아니고, 단지 아내역을 놓고 감독이 고심하길래 중간다리를 놓았다.
―이번에도 시대극이다. 혹시 멜로물의 주인공 변신은.
▲의외로 멜로물 시나리오가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얼굴 때문이 아니고 희소성 가치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멜로에는 별 감흥이 없다.
―얼마 전, 영화에서처럼 청와대를 진짜 갔었다던데.
▲연예인 모범 납세자로 선정돼 청와대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성실’ 납세자이지 ‘고액’ 납세자는 절대 아니다.
―영화가 아닌 현실 속의 아빠 송강호는.
▲어디 놀러라도 가면 ‘자, 놀아’ ‘자, 가자’가 하는 말이 전부다. ‘살인의 추억’ 당시 봉준호 감독이 아들에게 하는 자상한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반성도 했다. 그렇지만 경상도(김해가 고향) 스타일이 어디 가나. 그래선지 우리 아이들은 아빠를 잘 기다리지도 않는다.
―최고배우 1위, 친근감있는 배우 1위 등 각종 설문조사를 휩쓸고 있는데.
▲최고는 어차피 늘 바뀌는 것 아닌가. 친근감? 흔히 볼 수 있는 얼굴 때문 아닐까. 환상을 주는 배우가 아니라 환상을 ‘깨는’ 배우이다 보니….
―실례의 질문이지만, 술자리 소동이 몇 차례 보도된 적이 있지 않나.
▲주량이 센 편이 아니다. 낯가림도 심한 편인데 주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사고(?)가 났다. 다소 과장되게 알려진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술자리 행동에 더 조심하려 애쓴다. 처음 본 사람과는 가능한 한 술자리를 안하고 싶다.
―로또모델로도 등장했었다. 실제로도 로또맨?
▲처음에 몇 번 사봤다. 2개 이상 맞혀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이상 안한다.
―다음엔 어디로 출정하나.
▲오는 6월 중순쯤 뉴질랜드로 간다. 다음 작품인 ‘남극일기’로 그곳에서 3개월간 촬영할 예정이다. 연기보다 3개월 동안 버틸 일이 더 큰 일이다. 맨날 똑같은 얼굴만 보면서 지내는 게 얼마나 답답하겠나.
/스포츠투데이 최윤정 anemone@sportstoday.co.kr
/사진=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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