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흐르는 별똥을 쳐다보고 있었다. 별똥 하나가 떨어지면 그 누군가가 하늘나라로 불려 올라갔다는 전설을 믿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느 동화책에서 별똥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나이가 들면서 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횟수가 줄어갔다. 그 대신 땅을 내려다보며 사는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길 위에 깔려있는 거친 자갈과 모난 돌에 채여 넘어지기가 일수였다. 그리고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의 가슴속에는 별똥 이야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는 이제 별똥이 떨어지지 않는 먼 저쪽 빌딩 숲 도시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어쩌면 나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에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바닷가로 갯마을로 배질 하듯 옮겨다니며 살아왔다. 그래서 한 곳에 오래 정착하여 살지는 못했지만 도시의 딱딱한 빌딩 숲이나 시멘트 칸막이 속이 아닌 갯마을에서 살았다. 갯마을 뒤편에는 황토 언덕이 있었다. 마을 한 쪽에는 그물을 쌓아둔 그물가리가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얼려 그 그물가리 앞에서 바다 위에서 나르는 갈매기의 나래짓을 보며 두 팔을 활짝 벌리고는 나르는 갈매기를 흉내내어 갈매기 춤을 추며 그물가리를 빙빙 돌며 놀았다.
그리고 어느 초승달 밤에는 그물가리 앞에 친구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뒷산 황토 언덕에 떨어져 내리는 별똥을 쳐다보며 서로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쳐다보기도 했다.
어떤 때는 장난기가 생겨 그물가리 앞에서 모차기 하며 놀고 있던 계집애들의 치맛자락을 들추고는 깔깔거리기도 했다. 그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던 그 개구쟁이 동무들은 이제 어디 갔는지 모른다. 그들은 별똥 이야기를 가슴에 품은 채 저 먼 나라로 앞서 가버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나이까지 살아 남아 지난날 갈매기 춤을 추었던 그리고 그물가리에 기대어 흐르는 별똥을 바라보던 그 때를 잊지 못해 그 때 내 나이 또래의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그 들과 얼려 연극놀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이들 어린이들의 눈망울을 통하여 그 옛날 함께 놀던 그놈들의 눈망울을 되살려본다.
토요일이면 연극 연습하러 모여드는 어린이들, 나는 그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한 없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연극연습을 통하여 꿈을 키우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있는 그 시각에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많은 어린이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언제나 혼자서 논다. 컴퓨터란 딱딱한 기계와 마주 앉아 논다. 그 놀이 속에는 꿈도 희망도 추억 만들기도 없다. 오로지 상대방을 쳐 부시고 동심을 멍들게 하고 정서를 망가뜨리는 파괴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자랄 때는 언제나 친구와 짝을 지어 놀았다. 땅 따먹기도 그랬고 딱지치기도 그랬고 줄넘기도 그랬다. 그러나 컴퓨터가 생기고부터는 친구와의 교류는 영영 멀어져 간 것 같다.
나는 어린이들을 컴퓨터란 차가운 기계에서 그리고 좁고 어두운 골방에서 끄집어내기 위해서라도 어린이들에게 연극행위에 젖게 하고 있는 거다.
연극! 서로 말을 주고받는 대화로 이루어지는 놀이행위, 서로 마주보며 웃고 울고 손짓하는 동작이 있는 행동예술! 그러기에 연극은 혼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는 정이 흐르는 상호교류가 있다.
지난날 내가 동무들과 얼려 그물가리 앞에서 놀던 놀이가 연극의 원초적인 형태였다면 지금에 내가 어린이들에게 시키고 있는 연극행위는 그 원초적인 놀이에서 한 걸음 더 발전된 연극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어린이들의 꿈이 서려있고 또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동질의 놀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어린이들이 어느 시대에 그리고 어느 곳에 살고 있던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서 성냥팔이 소녀가 별똥이 떨어지는 밤에 할머니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올라간 아름다운 별똥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주 평
약력
▲‘현대문학’으로 희곡 등단
▲한국 최초 아동극단 ‘새들’ 창단
▲북가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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