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한국신문에서 피서객들이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라면 찌꺼기를 묻어서 버린다는 기사를 읽고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여행 기사를 쓰다보니 남가주 인근의 많은 해변과 산 등 관광 명소를 자주 찾게 된다. 이럴 때마다 주류사회 주민들의 자연환경 보호정신은 각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국립산림청 등 정부 관공서가 탄탄한 예산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펴고 있으며 첩첩산중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도 휴지통을 설치해 놓음으로써 과자봉지 등 쓰레기가 멋대로 버려지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부분 국립공원에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에 대해 높은 벌금형을 부과하기도 하지만 철저한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다수의 방문객들은 공중도덕을 솔선수범으로 지킨다고 봐야 하겠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한인들도 대부분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한인들이 계몽부족 때문인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창피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8~9년전 킹스캐년에서 캠핑을 하던 한인 캠퍼가 포도를 씻으면서 수도 옆에 포도 몇 알을 그대로 버렸다가 국립공원 레인저에서 심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는데 이 캠퍼는 포도 찌꺼기 정도는 숲 속에 그냥 묻어두면 자연스럽게 나무들의 비료로 변할 것으로 쉽게 생각했다.
이에 대해 공원 레인저는 “함부로 버려진 음식 찌꺼기는 곰들의 먹이로 변해 캠프 사이트에 곰이 출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캠핑장에 자주 나타나는 곰은 끝내 사살되기 때문에 포도 몇 알이 선량한 곰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여행을 하다가 가끔 발견되는 한국산 과자봉지, 라면봉지, 한인 마켓 봉지와 같은 한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눈에 띄면 주류사회 주민들이 알아볼지 어떨지 모르지만 얼굴이 뜨거워진다. 위험하게도 깨진 소주병이 그대로 등산로 옆에 방치되어 있는 것도 목격했다.
매일 아침 그리피스팍 등산로를 오르는 한인 노인 중에서는 허리춤에 비닐봉지를 찬 분들이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는 터는 우리가 청결히 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줍는다고 한다.
버린 사람 탓하기 보다 이 노인들처럼 산이나 바다로 나갈 때는 비닐봉지를 갖고 한국쓰레기, 미국쓰레기 가리지 말고 보이는대로 치우면 기분이 한결 가뿐해지지 않을까 싶다.
백 두 현<특집 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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