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 1·5세들이 자기필요와 상황논리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이점을 이용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기 편리에 따라 미국사람도 되고 한국 사람도 되며, 양국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이점을 챙긴다.
이같은 이중잣대의 일부 빗나간 ‘1·5세 의식’은 한국에서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들은 영어 사용을 선호한다. 특히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한 밤 문화를 즐길 때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지난 4월 총선 취재 때 서울에서 만난 한 1·5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래야 건수를 만들기 쉽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한국을 오가는 1·5세들의 수가 늘어나며 이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의 범위는 경제활동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검거된 김경준씨도 미국에서 제공하는 선진교육의 혜택을 입은 후 부를 축적하기 위해 한국으로 갔다. 화려한 학벌과 뛰어난 화술을 내세운 김씨는 영어 하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한국의 환경을 이용해 수 천만달러를 챙겨 미국으로 도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김씨는 소수계에게 너그러운 미국 문화에 편승했다. 자수성가한 실업가로 보인 그는 정치적 이유로 LA시정에 소수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시정부 정책에 의해 시발행 공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산업개발위원회의 커미셔너로 임명받았다. 김씨는 LA경찰국이 조직한 아태계 자문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며 경찰의 대민봉사 정책이 향상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혜택을 입고 있는 이들은 양국 시스템의 이점을 누릴 때 동반되는 의무들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1·5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병역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 복무를 회피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해 수익을 올리는 1·5세들 중 미국 정부가 부여한 개인 소득세 납세의무를 지키는 이들은 아주 경미한 숫자라는 지적도 있다.
교통 수단의 혁명적 변화는 한국과 미국의 지형적 거리를 더 좁히고 있고,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문화 질서는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양국의 문화 모두에 익숙한 1·5세들의 수요가 증가하게 하고 있다.
변화하는 상황을 맞이한 1·5세들은 자신이 가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뿌리가 있는 모국인지, 아니면 재미있는 나라인지 한번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이중잣대의 관행적 의식에 젖어 있다면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비뚤어진 의식의 청산은 건전한 이민사회 구축에도 절대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경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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