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창사 35주년을 맞아 마련한 ‘미주 한인언론인 견학 및 설명회’에 참석차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다. 항공우주사업본부, 제주 비행훈련원, 캐더링 사업본부, 화물물류센터 견학 등을 통해 2007년까지 화물부문 1위, 2010년까지 여객부문 10위의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대한항공의 개혁과 역동적인 발전상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다.
견학 참석중 한가지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대한항공의‘아줌마 스튜어디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경제침체와 취업난 등으로 퇴사율이 낮아지고 퇴사 뒤 복직을 원하는 승무원이 늘면서 3,248명 여승무원 가운데 3분의1이 기혼자라는 것이다. 아시아나의 경우 여승무원 1,811명 가운데 무려 41%인 749명이 기혼자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예전에는 결혼하거나 출산을 하면 곧바로 퇴직으로 이어졌으나 요즘은 출산 뒤 복직률이 90%를 넘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여건이 주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을 준비하는 간호사가 매년 두배씩 늘고 50명 뽑는 외국 항공사 승무원 채용에 여성 8,000명이 지원했다는 뉴스도 지난주 한국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한국의 어려운 경제 사정은 여러군데서 어렵지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갈 때 만난 택시 기사 정모(48)씨는 기자가 3시간30분만에 기다려 모시는 이날 첫 손님이라며 반가움을 표시하면서“요새는 사람들이 택시도 잘 타지 않아요. 하루종일 12시간 운전해야 겨우 10여만원 버는 날도 많지요. 기름넣고 3000원짜리 점심 먹고 회사 납부금 내고 나면 무료로 봉사한 셈이지요”라고 푸념했다.
경제 상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론 분열과 계층간의 위화감 증폭 현상이 아닐까 싶다.
돈좀 있다는 부유층중 미국이민 또는 해외투자를 신청하거나 고려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 자영업자는 “강남에 아파트 한채 있고 어렵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을 무슨 부정 재산 축적자로 몰아 재산세를 몇배씩 올리고 부유세까지 도입한다는데 누가 여기서 살맛이 나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부유층의 프라이빗 뱅킹 업무를 담당한다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재산 50억원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의 3분의 1이 이민신청이나 미국 투자를 한 상태지요. LA부동산 값이 이들 때문에 많이 오른다지요”라고 말한다.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대형 불법 환치기 사건과 금융감독원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합법이든 편법이든 해외로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한국자본 이탈현상을 상징하고 있다. 미국으로 도피하는 범법자는 한미범죄자 인도조약을 통해 송환할 수 있지만 사회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피해 한번 해외로 나간 자금을 환수하기는 힘들다.
한인타운의 부동산과 사업체를 싹쓸이하면서 터뮤니없이 가격을 올려놓아 힘들게 살고 있는‘보통 이민자’들과의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는 LA 한인사회의 현실을 볼 때 더 이상 한국의 위기를 LA한인사회의 기회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조 환 동<경제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