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한국 여성들은 돈 이야기는 하려고 하지 않아요”
지난달 재테크 특집 대담에 나왔던 주부 최성희씨가 꺼낸 말이다. 나름대로 이론 무장을 한 후 친구들과 경험을 나눠볼까 하는데 돈 이야기만 나오면 대화가 흐지부지 끝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 여성들의 대화에 가장 늦게 합류한 주제가 돈 버는 이야기 아닌가 싶다. 돈만 밝히는 여자를 속물로 취급하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이 여성들에게 돈을 버는 노하우 습득의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남편이 갖다주는 월급봉투를 알뜰살뜰 쪼개 소비하고 저축도 하면 ‘짠순이’라고 불린다. 반면에 부동산에 일찍 눈이 틔어서 재산을 늘린 여자는 ‘복부인’ 소리를 듣는다. 복부인이 무엇인가.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가정부인을 속되게 일컫는 말 아닌가. 제대로 부동산 투자를 해서 부를 축적했어도 복부인 소리를 면치 못하던 세상이다.
‘큰손’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증권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큰손과는 달리, 여성에게 손이 크다는 건 씀씀이가 후해서 남에게 퍼주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이렇듯 여성에게 잘못 주입된 돈에 대한 관념은 돈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이어졌다. 소비하지 않으면 불안한 나머지 샤핑중독에 빠지거나 돈을 쓰는 데에 지나친 죄의식을 느끼는 것. 자라면서 돈에 관한 마인드를 익힐 방도가 없었으니, 올바른 경제 관념이 생길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요즘 미혼 남성들은 배우자가 자신과 경제관념이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 젊은 주부들은 부모세대처럼 악착같이 돈을 아껴 모아야 한다는 청승맞은(?) 생각 대신 ‘재테크’라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돈을 확 불리는 실천력은 아직 겸비하지 못했지만, 경제 관념을 중시하게 됐고 자식에게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시키고 싶어한다.
경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기초에 충실하는 것이다. 저축이든 투자든 한꺼번에 왕창 보다는 ‘조금씩 그리고 길게’가 필요하다는 재테크의 기본. 또 하나는 ‘함께 살기’가 목표임을 심어주는 것이다. 남이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고, 나만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인성 말이다.
돈만 꽉 움켜쥐고 웃음을 잃은 부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다. 탐욕에 찌든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정직한 투자’ 원칙을 실천하는 귀재는 나눌 줄 알고, 돈을 지혜롭게 쓸 줄 알며, 그래서 행복한 21세기형 부자 엄마가 키워내야 한다.
하 은 선<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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