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탐 행스)가 공항라운지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미 입국 거절로 공항 라운지서 9개월 삶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길고 감상적이며 억지로라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려고 드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묽은 초컬릿처럼 진득진득한 맛이 나는 보통 영화가 적지 않은데 이 영화도 그런 것들 중의 하나다.
코미디와 드라마와 러브스토리를 마구 반죽한 영화로 이야기가 약하다. 이야기에 극성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 의미 없는 상황들을 나열하고 있다. 도대체 저런 상황들이 영화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고 의아하게 된다. 봐도 되겠지만 산만한 얘기를 지루하게 끌고 가는 서술 방식 때문에 힘이 든다. 중심 플롯은 매우 독특하나 그 플롯을 재미있게 또 극적으로 살려내지 못했다. 중심 플롯을 둘러싸고 쓸데없는 상황들만 퇴적물처럼 쌓아 놓고 있다.
동유럽의 가상국가 크라코지아에서 뉴욕을 방문하려고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빅터(탐 행스)는 조국안보부 공항책임자 프랭크(스탠리 투치)에 의해 입국이 거절된다. 크라코지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빅터의 여권이 무효화되는 바람에 빅터는 미국 땅을 밟을 수도 또 귀국 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고지식하고 인정 없는 프랭크는 일단 빅터의 활동 범위를 공항 내 국제선 통과여객 라운지로 국한하고 그가 불법으로 미국 땅을 밟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착하고 옳은 일만 하는 빅터는 정식으로 미국에 입국할 때를 기다리며 라운지 한쪽에 살림을 차린다. 빅터는 라운지 내 각종 상점 점원들의 영웅이 되면서 정식으로 뉴욕 땅을 밟게 되기까지 무려 9개월 간을 공항 내에서 산다. 영화는 이 9개월간의 빅터의 삶을 온갖 에피소드로 묘사하면서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끝에 가서는 승리한다고 훈계하고 있다.
빅터는 공항의 기내식부 직원인 히스패닉 엔리케(디에고 루나)와 인도계 청소부 굽타(쿠마 팔라나)와 친구가 되어 엔리케의 뚜쟁이 노릇까지 한다. 빅터는 또 아름다운 여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이타-존스)와 로맨스까지 잠깐 꽃 피우나 이 에피소드는 생경하고 어색하다. 빅터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프랭크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부각시킨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리고 빅터가 뉴욕에 온 목적이 신통치도 않고 그가 그 목적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 빌려온 것처럼 전체 얘기와 조화되질 않는다. 공항라운지 세트 하나는 잘 만들었다. PG-13. DreamWork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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