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바인 고교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준 후 ‘빵! 빵! 넌 죽었다.’(Bang! Bang! You’re Dead)란 희곡이 쓰여져 많은 학교에서 공연됐다. 극단적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청소년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사회는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희곡은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아들이 ‘끝까지 간 상황’에서 ‘학교에서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자 교사와 학부모, 경찰, 학생 모두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제아는 모두다 함께 만들고 있다는 뻔하지만 변치 않는 결론이다.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 3학년 한인 여학생들이 조직폭력배처럼 내부 서열을 정해놓고, 장기간에 걸쳐 폭행을 가하고 말로 괴롭혀 왔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깜찍하게만 상상되는 11살짜리 소녀들이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의 눈을 피해 친구의 뺨을 손으로 때리고, 아예 굵은 나뭇가지를 숨겨놨다가 몽둥이로 사용했다면 도대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잘 믿기지 않을 만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 여학생의 학부모들이 분개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정말로 끔찍한 ‘사실’이다.
발단은 이렇다. 6월초 딸아이가 전학이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Buddy System’으로 맺어준 다른 아이한테 장기간 맞아왔다고 고백했다. 이민 1년이 안된 이 아이는 당연히 같은 한인 학생으로부터 가장 큰 도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에서 교장과 부모가 함께 학생들을 불러 확인했다. 가해자로 분류된 두 학생은 친구들을 ‘때린’ 사실을 인정했지만 ‘친구들이 싫어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은 피해자로 분류된 다른 두 학생이 괴롭힘을 당했으면서도 ‘그만해, 날 내버려둬’라고 한마디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아냈다. 결국 괴롭힌 사실은 있지만, 이번 일의 본질을 아이들간의 ‘서열 놀이’ 정도로 규정한 교장은 가해학생들에게 며칠간 휴식시간 건물 밖 출입불가 조치를 내리고 사태가 마무리됐다.
부모들은 더욱 화가 났다. 교장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온적이라는 것. 결국 경찰서까지 찾아갔지만 이들이 원할 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번 일은 정말 성장기 아이들이 자라며 겪는 단순한 해프닝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무엇인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들을 정확히 기억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힘’을 기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암묵적인 서열을 의식하며 굴종과 치욕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느껴가던 시절은 아니었던가.
배 형 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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