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얼마 전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새롭게 연 분과 얘기를 나눴다. 이 분은 주방장을 뽑기 위해 여러 후보자들과 가졌던 인터뷰 내용을 기자에게 전하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한숨을 지었던 이유는 조미료 때문이었다. 그의 주방장 선택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조미료를 쓰지 않고 음식 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재능이었다.
그러나 한인식당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고 자랑하던 후보들은 저마다 조미료 얘기에서는 목소리를 낮췄단다. 대개 “조미료를 듬뿍 넣지 않고는 맛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고 말했단다.
한 사람은 “저는 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았어요. 그냥 혼다시만 조금 넣었어요”라고 말했다. “내가 먹는 점심밥을 지을 때는 조미료를 뺀다”고 털어놓은 후보도 있었다.
식당 주인은 자신이 들었던 얘기를 자신의 지인에게 편지로 보냈다. 편지 내용을 조금 소개한다.
“저는 얼마 전 식당 주방에서 일하던 한 여성을 만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사연인즉, 음식을 조리할 때 너무 많은 양의 화학 조미료를 쓰고 있고 자신은 주방에서 음식 맛을 보고 내야 하니 결과적으로 많은 양의 조미료를 매일 먹게 되어 자신의 건강이 염려스러워서 식당 일을 그만 두었답니다. 미국의 물은 석회질이 많은 센물이어서 수돗물 그대로는 먹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인데, 그 분은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놀랐다는 것입니다. 그 분은 ‘가진 게 없으면 몸이라도 건강해야 살지’라는 생각에 새 일터를 찾고 있답 니다.”
식당 광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구의 하나가 ‘어머니의 정성’ ‘고향의 맛’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던 모습 때문일 게다. 그 어머니의 손맛에는 자녀와 가족을 위한 사랑만이 담겨져 있을 뿐, 조미료가 끼여들 틈은 없었다.
우리는 얼마 전 불량만두 파동을 겪었다. 이 사건도 ‘내 자식이 먹는 음식이라면 그런 비위생적인 재료를 쓰겠냐’는 물음으로 귀착된다.
한인타운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손님을 내 식구처럼 대한다면 조미료 때문에 솟아나는 한숨은 잦아들 것이다. 조미료 쓰지 않는 식당이 늘어날수록 한인들의 건강도 그만큼 비례해서 개선될 것이다.
김 호 성<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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