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가 큼지막한 고기 덩어리를 입에 물고 신나게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문득 다리 밑 강물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어떤 개 한 마리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커 보이는 고기를 물고 서 있었다. 욕심쟁이 개는 그 고기마저 빼앗으려고 짖기 시작했고 그 순간 자기 입에 물려있던 고기 덩어리가 강물에 풍덩 빠져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솝우화 중 하나다. 욕심이 지나치면 자신이 가진 것도 잃는다는 평범하면서도 틀림없는 진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쉬운 진리를 실제로 자기 삶에 적용시키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정작 당사자 입장에선 눈에 보이는 고기 덩어리의 허상에 현혹돼 실상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LA 레이커스의 다이너스티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갈라서기와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0년부터 3년 연속 레이커스를 NBA 정상에 올려놓았고 지난 5년간 4번이나 서부컨퍼런스 우승을 차지하는 등 NBA 최고의 투톱으로 레이커스 황금시대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많은 성공에도 불구, 이들은 지금 전형적인 할리웃 스타일 이혼을 앞두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시즌 종료와 함께 계약서 상 옵션을 행사, 프리에이전트(FA)로 나섰고 오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브라이언트는 붙잡겠다는 팀의 발표에 발끈, 다시는 레이커스에서 뛰지 않겠다고 선언, 마이애미 히트행 트레이드가 거의 굳어진 상황이다. 두 영웅은 장시간 함께 설 수 없다는 중국 고어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샤킬과 코비의 이혼(?)은 레이커스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그들의 선수 커리어에서도 일생 후회할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최고여야 한다는 아집과 무익한 자존심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NBA를 호령할 수 있는 최강 원투펀치 콤비네이션을 스스로 깨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귀찮은 라이벌 없이 독불장군처럼 팀을 호령하는데 쾌감을 느끼고 만족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그동안 꾸준하게 승리를 최우선 목표라고 공언했던 점에서 이번 결별은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다. ‘샤킬 없는 코비’나 ‘코비 없는 샤킬’ 모두 NBA에서 혼자선 이기기는 훨씬 어렵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승리가 예전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기 시작할 경우 그들은 보기 싫은 파트너가 있더라도 이기는 것이 지는 것보단 낫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거추장스런 라이벌 없이 혼자 모든 영광을 독차지하며 이길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우리 옛 말이나 ‘이웃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인다’는 미국 속담이 모두 지금 샤킬과 코비의 심정이 아닐까. 샤킬이나 코비나 모두 이솝우화의 욕심쟁이 개 신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 동 우<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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