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라는 말은 흔히 아시아계 주민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언론인 윌리엄 피터슨이 10년전인 1994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고에서 처음 쓴 용어라고 하는데, 미국내 아시안들이 열심히 일하고,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성공적인 집단으로 소수계의 모범이 된다는 뜻으로 사용된 뒤 아시안들에 대한 이같은 사회적 통념을 반영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미국내 아시안 이민자들을 ‘모범적 소수계’로 전형화하는 것이 사실을 반영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근거 없는 사회적 통념이라는 의미에서 차라리 신화(myth)에 가깝다는 인식과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견 아시안들을 추켜세우는 말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모든 아시안들을 성공적인 인종집단으로 스테레오타입화하는 이 용어 사용의 이면에는 아시안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 가령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고 있는 보이지 않는 차별같은 문제를 은폐하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일부 사회학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센서스 통계나 대학진학 현황 등을 보면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이 시험 성적도 높고 소득도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며, 아시안들 중에도 학교에서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경제적으로 힘든 삶은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어서 모델 마이너리티 신화가 아시안들에게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LA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 지역 교육구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시안 학생들의 현주소를 분석한 뉴욕대 연구팀의 최근 보고서는 교육정책 측면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전혀 배려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중 하나가 바로 ‘모델 마이너리티’ 신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로 아시안 학생들은 모두 공부들을 잘해서 따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많은 아시안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전 오하이오주에서 한인 젊은이가 자신의 부친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유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에 명문대에 진학한 아들을 둔 ‘모델 마이너리티’의 전형인데 이같은 비극적 사건으로 귀결된 게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여기에서 자녀들이 오로지 명문대에 가고 고소득 전문직에 진출해야만 성공한 것으로 여기는 이민 1세들의 인식도 ‘모델 마이너리티’의 통념에 도사린 부정적 영향만큼이나 똑같이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 종 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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