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의 일이다. 점심시간에 당직 근무를 하고 있는데 한 여성이 약속 없이 편집국으로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그는 뜻밖에도 자신을 상법 변호사라고 소개하면서 기사를 내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매년 수많은 한인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당신 기사를 써줘야 합니까” 하는 도전적 질문이 기자의 입에서 나왔다. ‘당신만 특별 대우한다면 불공평하다’는 뜻에서였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 연락처를 업소록에 내러 왔다가 마감이 끝나 내지 못했다. 돌아가려는데 문득 기자를 한번 만나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이 40의 그는 오렌지카운티의 작은 법대를 졸업하고 올해 변호사 시험에 늦깎이로 합격했다. 3번의 시도 끝에 연 합격의 문이었다. 지난 1년간 큰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는데 두 번째 수술은 시험을 치르기 불과 사흘 전에 있었다. 지금은 윌셔가 한 모퉁이에 사무실을 얻어 개업을 준비중이었다.
돈이 넉넉지 않아 광고를 못 낸 것은 물론이고 명함도 사무용품 체인에서 싸게 찍었다는 그에게는 자신이 배운 법률지식으로 남들을 돕고 싶다는 한가지 마음뿐이었다. 그는 곤경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높은 수임료 때문에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특히 수임료를 낮추면 자신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착각, 설사 놀지언정 싸게는 케이스를 안 맡는 일부 변호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제 막 변호사 생활의 첫 걸음을 떼는 그의 목표는 사람들이 너무 큰 돈 안 들이고도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 렌트와 생활비는 벌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고객들이 그 정도 돈이야 내 주지 않겠느냐”며 태연한 표정이었다. 부모 잘 만나 세계 일주를 3번이나 했을 정도로 유복한 세월도 보내봤기에 이제 비싼 차, 좋은 집에는 관심이 없단다.
“가난한 사람들은 서류 값만 내고 가도 좋다”고 말하는 그에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크리스천의 가치관을 실천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 직업을 ‘하나님의 부름’(calling)으로 여기고 그것을 통해 어려운 이웃돕기를 갈망하는 그는 후덥지근한 여름날 만난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이었다.
김장섭<경제부 차장> 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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