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교육재단의 이정화(64. 뉴저지 파라무스 거주) 회장은 2세들의 뿌리교육에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때문에 그는 뿌리교육재단의 초대회장으로서 지난 5년간 2세들의 뿌리교육을 위해 남다른 열의를 보여왔다. 이 회장이 이처럼 뿌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2세들에게 정체성을 확립시켜주는 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뿌리재단 설립 후 지금까지 매년 50명의 2세들을 한국에 보내 한국인으로서의 얼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열매는 그가 미국에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이민자들이 후진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느끼고 고민하던 끝에 나온 결과라고 한다.
한인들은 대부분 신앙만을 중시해 살기 때문에 선교에는 각별하게 신경을 기울이지만 후세들을 제대로 키우는데는 너무나 인색하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교회 안에 있는 사람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교회 밖의 생활에서도 후세들의 중요성을 인식해 그들에게 앞으로 한인사회를 끌고 가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1세들이 해야 할 일
이라고 이 회장은 덧 붙인다.
그런데도 아직 한인사회는 그것을 위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2세들이 이 땅에 바로 설 수 있도록 그들에게 자신의 올바른 모습을 심어주는 일에 어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 이는 결국 개개인의 힘보다는 그들의 힘을 모두 한 곳으로 모아 이들이 이 땅에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하기 위함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주류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이 회장은 역설한다.
때문에 이 회장은 모국방문 프로그램으로 2세들이 한국을 방문해 여러 가지 체험을 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서 그들에게 모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주고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하는 일에 특별히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만큼 그가 느끼는 보람도 남다르게 크다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들이 한국을 한번 다녀오게 되면 인식이나 사고방식, 지금까지 가져왔던 고정관념 등이 너무나 달라져서 오기 때문이란다. 자신에 대한 뿌리를 모르기 때문에 늘 불만과 회의, 방황과 갈등 속에서 헤매던 아이들이 단단한 뿌리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성숙된 인간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돌아가는 곳곳의 상황을 몸으로 체험함으로써 많은 경험과 산지식을 얻게 된다. 이 회장이 뿌리 교육에 그만큼 열정을 쏟는 것도 바로 그런 보람 때문에서다. 그래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일만은 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인물이다. 다행히 많은 이사들이 뜻을 함께 해주어 재단이 설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예상외로 호응도 많이 얻고 성과도 크다고 자부심을 내보인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이효상 국회의장의 비서관으로 4년간, 감사원에서 과학기술처 비서관으로 일했었다. 이효상 국회의장은 경북대 문리대 학장 겸 대륜고교 교장 당시 이 회장을 가르치던 고교의 은사였다.
이 회장이 이 의장의 비서관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에서 싹튼 것이다. 그의 미국생활은 국회의장의 비서관으로 일할 당시인 71년 인디애나 폴리스주립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곳에서 그는 청강생으로 대학원 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이 후 이효상 의장이 공화당 의장 시절 다시 한국에 돌아와 같이 일할 것을 종용해 귀국했는데 장래가 불투명해 보여 미국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 때가 75년도. 이 회장은 가족과 함께 이 의장이 돈이 없는 자신을 위해 써준 붓글씨 한 점을 판 돈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귀금속을 조금씩 사서 당시 많이 있던 미국인 잡화 소매점을 찾아다니며 팔던 행상 페들러.
장사가 생각보다 잘돼 워싱턴까지 오가면서 그는 악착같이 노력했다. 이렇게 5~6년간 재미를 보면서 크레딧도 많이 쌓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를 모두 차에 싣고 가는데 흑인이 따라와 몽땅 강탈해 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아무 것도 없는 알거지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 동안 열심히 쌓은 크레딧 때문에 유대인이 ‘걱정 말고 물건을 가져가라’며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안전지대인 맨하탄 다이아몬드 거리로 79년도부터 들어가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곳에서 주얼리를 팔던 한인은 불과 1~2명 뿐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인은 당시 모두가 소자본에다 마켓도 한인사회로 좁기 때문에 시장성이 없어 이 회장은 분야를 주로 다이아몬드 쪽으로 넓혀갔다는 것이다. 돈은 그다지 많이 벌리지는 않았지만 그런 대로 이 비즈니스가 잘 됐다고 한다.
그의 부인 전애령(57)씨는 그간 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다 끝내고 마취과 의사(세인트 메리 병원)로 일하다 보니 그의 생활은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그래서 장사하면서 사람도 많이 알게 돼 사회봉사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그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한인 사회 봉사를 해온 바탕이 된 것이라고 한다. 첫 번 째 활동이 47가에 있는 한인 보석상 주인 20여명으로 이루어진 협회와 외부에서 장사하는 한인 보석상 그룹을 통합, 귀금속협회로 만들어 오늘날까지 존속시킨 것이라고 한다.
이후 강익조 뉴욕한인회장 당시인 80년에 총무이사로 한인사회 활동의 실질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조병창 한인회장 당시도 한인회 후반기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등 그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한인단체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보람을 느낀 것은 95년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된 후 존폐위기에 있던 한인회관의 악성 모기지 35만 달러를 완전 청산, 회관을 흑자로 돌려놓고 나왔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회장에 당선된 후 전대에서 8만 달러의 빚을 인계 받았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당대에 진 빚은 절대 차기 회에 못 넘기고 한인회관의 수입을 한인회 경상비로 지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회칙을 개정한 점이다. 물론 이 문제는 이후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아 지금도 한인의 부채 누적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회장은 한인회장직에서 이임한 후 경희대 조영식 총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진 ‘밝은 사회 뉴욕클럽’의 제2대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뿌리교육재단의 설립은 그가 한인회장으로 있을 당시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올 때마다 1.5세와 2세들의 뿌리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해 당시 허 리훈 뉴욕총영사에게 이 운동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 결국 모국방문추진위원회 설립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결과 뿌리교육재단이 탄생돼 지난 5년 동안 국제교육진흥원에 매년 한인 2세들을 보내는 결실을 맺게까지 된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29명 전 위원의 자발적인 기금지원과 이에 뜻을 같이 하는 일반한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 덕분이라고 이 회장은 말한다.
그는 올해도 안 용진 부회장과 함께 학생들을 데리고 9박10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앞으로 2세들이 이를 통해 1세들을 이해하고 1세들은 2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불어 살고 협조하는 성공적인 이민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회장의 꾸준한 노력이 언젠가는 한인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2세들이 힘차게 설 수 있는 그런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부인과의 사이에 법대 생인 딸 재복(29)씨와 친구들과 증권회사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는 아들 재림(28)씨가 있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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