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처지는 타인종 학생들, 우리가 어떻게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 그런 걸 한인 학부모회가 고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전 발표된 캘리포니아 학력평가 시험 결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LA 3가 초등학교의 수지 오 교장이 말했다.
올해 시험결과로 캘리포니아 교육계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 몇 년간 좀 나아지는 가 싶던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력이 ‘퇴보’ 아니면 ‘정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3학년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예로 들면 ‘우(proficient)’이상이 불과 30%로 작년에 비해 3% 포인트가 떨어졌고, 6학년의 산수 실력은 ‘우’이상이 35%로 작년 수준이다.
주 단위 학력평가는 조지 부시대통령이 내세운 ‘낙오자 없는(No Child Left Behind)’ 교육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데, 이번 시험 결과로 볼때 캘리포니아는 갈 길이 멀다. ‘낙오자 없는 교육’은 10년 내에 영어와 수학에서 모든 학생들이 ‘우’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학생들의 평균 학력을 높인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이 수준을 만족시키는 학생은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주교육감은 ‘정신차리라는 경고’로 이번 시험결과를 받아들이자고 했다.
주 교육계의 일기가 ‘매우 흐림’일 때 한인사회의 분위기는 ‘맑게 갬’이었다. 인종·민족별 통계 결과 우리 아이들이 백인,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전체 아시안 중 어느 집단보다 우수하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 인종 사회에서 후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아이들의 경쟁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는 해도 학력에 관한한 우리는 소수계가 아닌 만큼 이제는 눈을 들어 미국사회 전체를 보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 오 교장에게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만 잘 한다고 자랑하는 걸 미국사회는 좋아하지 않아요. 우수한 학생과 뒤쳐진 학생 사이의 간격을 줄여서 모두 잘하게 만들려는 게 미국적 사고방식이지요”
사람의 사고방식을 분석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하나로 ‘풍요의 심리’와 ‘부족의 심리’에 따른 비교가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으로 유명한 저술가 스티븐 코비 박사가 그런 분석을 했다.
‘풍요의 심리’는 세상을 넉넉하게 보는 눈이다. 세상은 풍요로워서 모든 사람이 나눠 가질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패러다임이다.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장이다.
‘부족의 심리’는 반대이다. 세상이 한 개의 파이 같아서 누군가 먼저 큰 몫을 차지하면 내 몫은 그만큼 없어진다는 절박한 심리이다. 남을 눌러야 내가 올라가고, 어떻게 하든 앞서가지 않으면 혼자 뒤쳐진다는 생각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피곤한 인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에 속하지만 한인들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
LA 한인타운의 교통체증이 심해서 한인회를 비롯한 대표 단체들이 LA 시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하고 있다. 교통량 증가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측면을 신호등, 횡단보도 등을 이용한 기술적 묘안들로 개선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하지만 한인타운의 교통 체증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운전 자세와 상관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LA에서 운전학교를 오래 운영해온 조성운씨의 말이다.
“대한민국이 ‘사고 공화국’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배려하지 않고 나만 가면 된다, 내 목적만 채우면 된다는 운전자가 많을수록 길은 막히고, 사고는 많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양보나 배려 없이 서로 먼저 가려다 보니 사방이 꽉 막혀서 아무도 갈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교통만이 아니다. 내가 앞서 가지 않으면 대단한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심리, ‘부족의 심리’이다.
지금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대단한 인연이다.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공존의 삶이다. 한인 학부모들이 내 아이의 영재교육보다, 공부 못하는 타인종 학생들을 보살피는 여유를 가질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된다면 삶은 꽃보다 아름다워 질텐데.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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