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입 한개에 드라마 한편 넣으면 “돈 밝힌다”
두편 넣으면 “내용 끊어져 연결 안돼” 비난
“총판서 갖다 주는대로 복사해서 빌려줄 뿐”
LA에서 ‘한남비디오’를 운영하는 김성철씨. 요즘 그의 하루는 끊이지 않는 비디오 시청자들의 문의 및 항의와 함께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볼멘소리는 ‘파리의 연인’과 ‘풀하우스’, 두 블럭버스터 드라마 때문에 터져나오고 있다. 파리의 연인은 7회부터 테입 한 편에 드라마 한 편만 넣어 ‘얄팍한 상혼’이라는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풀하우스는 테입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후반부가 이상하게 끝난다는 항의다.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앗아간다는 논리다.
김씨는 “비디오 대여점은 사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 하는 처지입니다. 각 방송사 비디오 총판에서 갖다 주는 대로 복사해서 대여할 뿐입니다”라는 답변만 계속 한다. 김씨는 “제작된 드라마 자체가 120분을 넘어서는데 나눠서 복사하면 ‘돈만 밝힌다’고 욕먹고, 하나에 다 넣으면 ‘내용이 잘려 스토리 연결이 안 된다’고 비난받습니다. 말 힘듭니다”고 말했다.
그럼 파리의 연인을 유통시키는 SBS와 풀하우스를 내놓는 KBS는 어떤 생각일까. 두 회사 모두 “한국에서 드라마 시청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계속 방영 시간이 길어져 LA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KBS 아메리카 조현흥 부장은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한다. 120분짜리 테입에 맞추기 위해 ‘가위질’을 하는 대신, 테이프가 끝나는 때까지 복사를 한 뒤 다음 테입에 전 회부터 이어 붙였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이러다 보니 예전 같으면 5개면 될 분량이 6개로 늘어났다”며 “그러나 이후에는 방영 시간이 60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종전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걸까. 총판이나 비디오 대여점 모두 기술적인 문제로 난색을 표한다. 김씨는 “150분짜리 테입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소리도 있지만, 그 테입은 너무 얇아 계속 복사해서 써야 하는 대여점에게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부장도 “풀하우스 같은 대박 드라마가 일년에 겨우 한두 편에 불과한데 테입을 바꾸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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