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돌아왔다. 99일만에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26일 새로 개발한 ‘무기’들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찬호는 살아난 것 같다. 딱 한 경기를 보고 평가하는데는 무리가 있지만 어쩌다 한번 ‘반짝’한 피칭으로 보기엔 헛스윙이 너무 많았다. 때로는 구질이 정말 ‘언터치블’이었다.
박찬호가 첫 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만루위기에 몰렸을 때는 한숨부터 나왔다. 예전과 전혀 다를게 없는 ‘조마조마 피칭.’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스포츠맨’으로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장례식인데 검은 양복을 입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1회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아메리칸리그 중부조 선두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강타선을 5회까지 무안타로 막아 ‘코리안 특급’의 부활을 알렸다. 2, 3회에는 시속91마일에 이르는 싱커를 주무기로 땅볼아웃 4개를 유인해냈고 직구 스피드는 나중에 시속 95마일까지 올라갔다. 소문대로 ‘스플릿핑거 패스트볼’도 제대로 터득한 것으로 보였다.
이는 레인저스의 벅 쇼월터 감독이 미운 털이 박혔던 박찬호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낼 정도의 턴어라운드였다. 쇼월터 감독은 6회말 공격이 끝난 뒤 박찬호가 마운드까지 걸어나가도록 내버려뒀다가 따라나가 구원투수를 불러들여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역투한 박찬호가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게 해준 감독의 배려였다. 일반 박찬호의 재기는 이런 훈훈한 장면까지 연출한 대성공이다.
단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은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것. 80년대 마이크 스캇처럼 별 볼일 없는 투수가 사이영상 수상 투수로 돌변할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커리어가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규태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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