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 약 10만명을 포함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2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법안(AB2895)이 주 양원을 통과해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불체자들은 노심초사하며 주지사의 용단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일반면허증과 다른 면허증이 아니면 곤란하다며 손사래를 쳐온 주지사가 선뜻 서명할지 단언할 수 없다.
상당수 주민들이 불체자의 원초적 불법행위를 거론하며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법의 잣대에 근거한 원칙보다 현실을 배려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 이슈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불체자들에게도 기본적인 생존권이 부여돼야 한다. 이들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편은 운전면허증이다. 운전면허증이 사실상 신분증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운전면허증을 불허하는 것은 생존권을 부인하는 것이다.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해 법제화의 길을 터 준다면 캘리포니아는 불체자의 생존권을 인정한 미국 내 첫 주로 기록될 것이다.
이 법안은 불체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효과를 지닌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는 전향적인 취지를 담고 있다. 불체자들이 캘리포니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할 것이다. ‘탈법 온상’이란 이미지를 벗고 보다 안전한 사회건설에 동참하는 모티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통제밖에 있던 불체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것은 이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한다는 뜻이다. 무면허, 무보험 불체자에 의한 뺑소니, 프리웨이 추격전 등 각종 범죄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A 경찰국장 등 치안 관계자들이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운전면허증 발급 전에 연방수사국의 범죄기록 및 테러범 명단 조회란 까다로운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게 돼 있어, 치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것은 다분히 과장된 우려이다. 미국에 들어올 때 이미 법을 어긴 불체자들의 전력 조회라는 게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있지만, 불법입국 외에 남에게 해를 가한 범죄 사실이 없는 사람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미국적 관용이 아닐까 한다.
공화당 전당대회 열기가 뜨겁고 공화당이 불체자 문제에 대체로 ‘법대로’를 강조해온 터라 슈워제네거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시가 외친 ‘동정적 보수주의’를 적용한다면 그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다고 본다. 불체자를 아우르는 ‘큰 정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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