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공화당 대선 후보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국제테러의 시대에서 미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의 참모들은 이러한 발언이 재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나 지난번 대선처럼 500표 정도의 차이로 승리할 심산이 아니라면 이러한 발언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난 4년간 미국이 잘못돼 가고 있다고 느끼는 중도적 유권자들에게 정면으로 말해야 한다. 과오에서 교훈을 얻어 보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연설은 부족했다.
부시는 집권 후 테러와 경기침체를 겪었음에도 자신이 미리 설정해 놓은 감세와 교육개혁안을 밀어붙이는 데 힘을 쏟았다.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집권 때부터 구상해 온 나라(이라크)에 집중해 처리했다. 감세로 재정적자가 불어났고 교육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바그다드가 함락된 뒤 정정은 계속 불안하다. 승리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부시가 실책을 자인하길 기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도적 온건한 유권자들은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암시를 듣기를 원했다. 그 대신 부시는 처방약 플랜과 같은 문제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혼란스런 이라크 사태를 마샬 플랜에 견주어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부시는 정치적 저항에 부닥치자마자 이민개혁 이슈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대한 일인대도 말이다. 판사지명이나 사회적 이슈에서도 보수색채가 농후한 태도를 보였을 뿐 사회통합을 주창해 온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
부시가 그 동안 감세와 이라크 공격에서 보여준 일방주의 노선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어떤 희망이 엿보이지 않았다. 전당대회에서 체니 부통령이 행한 연설도 실망스럽다. 대선까지 약 두 달 남은 기간 동안 현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잘된 것인 양 국민을 오도할 게 자명하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보다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을 나약한 사람들로 매도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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